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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간에 스며든 또하나의 공간 비밀스러운 예술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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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공간에 스며든 또하나의 공간 비밀스러운 예술 아지트

    조선일보
    입력 2018.05.28 03:00

    현대카드스토리지

    현대카드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파격'이다. 수년간 이어온 독특하고 독창적인 광고가 그러했고, '슈퍼콘서트', '컬처 프로젝트'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차별화된 '문화 마케팅'은 곧 현대카드를 설명하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등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일찍부터 문화에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현대카드의 '공간'들이 각광받고 있다.

    2015년 문을 연 '뮤직 라이브러리'를 비롯해 '트래블 라이브러리', '디자인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 등이 현대카드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지난 2016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서울 이태원에 들어선 전시 공간 '스토리지'(Storage)'가 다음달 개관 2주년을 맞으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카드의 공간들이 자사 카드를 소지한 '멤버'들에게만 특별한 문화적 향유 혜택을 제공해왔던 것과는 달리 '스토리지'는 모두(비회원 포함)를 위한 공간이다. 저장고, 혹은 창고라는 '스토리지' 본연의 의미에 걸맞게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S 스페이스(Space)

    강북의 ‘가로수길’, 혹은 ‘꼼데가르송길’이라 불리는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3번 출구에 위치한 ‘스토리지’는 리움미술관 등 문화예술을 상징하는 공간들과 더불어 하나의 ‘컬처스트리트’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음악을 테마로 탄생시킨 ‘바이닐&플라스틱’을 끼고 계단을 돌아 내려가면 핑크색 네온 사이니지의 ‘스토리지’를 만날 수 있다. 흡사 비밀스러운 ‘아지트’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미술 전시를 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의 거친 민낯이 드러난다.

    내부 공간은 러프(rough)함 그 자체다. 라운지 바였던 과거의 느낌을 억지로 지우지 않고 리노베이션을 할 때 뜯어냈던 시멘트벽도 그대로 유지했다. 인위적인 덧입힘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누군가 벽에 그린 낙서 등 공간의 ‘흔적’도 자연스럽게 남겨뒀다. 원래 공간이 담고 있던 분위기에 새로운 문화가 덧입혀지는 것 역시 ‘스토리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간의 ‘거침’은 곧 ‘스토리지’의 장점으로 극대화됐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관장인 글렌 로리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마리아 발쇼 총괄관장은 이곳에 대해 “미술관에서 보여주기 힘든 콘셉트의 작품과 작가를 스토리지 공간에 맞게 선별하여 보여주는 전시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공간이 애초에 ‘전시장’스럽게 디자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형적인 화이트큐브 전시공간을 넘어 다양한 색의 덧칠이 가능한 ‘캔버스’와 ‘저장소’로 기능한다.

    T 트레이스(Traces)

    2년의 시간 동안 ‘스토리지’는 다양한 현대미술 장르 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필름 등을 포괄하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국내외 시각미술을 소개하는 ‘시각 예술 전시’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 Traces: The Origins of Hyundai Card Design (2016.06.10~2016.09.18)

    ‘스토리지’의 오픈 프로젝트로 현대카드 디자인의 변화와 진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전시였다. 디자인 활동이 축적된 전시물에서도 하나의 목소리로 귀결되는 현대카드의 지난 시간들을 살펴보는 의미있는 전시로 평가 받았다.

    -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개인전 ‘Lose Your Mind’ (2016.10.06~2017.02.12)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매니아층을 형성한 영국의 작가 데이비드 슈리글리가 ‘스토리지’의 두 번째 전시를 장식했다. 드로잉을 비롯해 페인팅과 조각, 설치, 애니메이션, 음반재킷 디자인 등 매체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다. 영국문화원과의 협업으로 진행된 전시는 머리 부분 없이 박제시킨 실제 타조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와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 등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 뉴멘/포 유즈(Numen/For Use)의 개인전 ‘보이드(VOID)’ (2017.03.24~2017.07.16)

    테이프, 실, 끈, 그물 등과 같은 소재를 활용해 주로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아티스트 그룹 뉴멘/포 유즈(Numen/For Use)가 ‘스토리지’에서 국내 최초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 제목이기도 했던 ‘보이드(VOID)’는 ‘빈 공간’을 뜻하며 ‘스토리지’ 본연의 뜻과도 일맥상통한 전시였다. 특히 지하 3층에 하얀 패브릭을 소재로 설치된 작품은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전시돼 특별한 예술 체험의 기회를 선사했다.

    - ADFF:SEOUL (2017.07.28~2017.10.29)

    건축&디자인 필름 페스티벌 ‘ADFF(Architecture & Design Film Festival):SEOUL’에서 상영된 275편의 작품 중 호평 받은 24편이 ‘스토리지’에서 상영됐다. 평소 전시장의 얼굴을 하고 있던 ‘스토리지’도 이때만큼은 완벽한 ‘극장’으로 변신하면서 이 공간에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히는 데 성공했다.

    - M/M(PARIS) (2017.11.24~2018.03.18)

    기존 그래픽 디자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음악과 패션, 미술, 잡지, 영화 등 다채로운 영역에서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세계적인 디자이너 그룹 M/M(Paris)가 국내 첫 작품 전시인 ‘M/M 사랑/사랑’을 ‘스토리지’에서 열었다. 기호나 패턴, 상징적 이미지가 가진 의미를 자신들만의 시각언어로 재구성한 공간 설치 작품을 전시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충격을 안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에르빈 브룸(Erwin Wurm)의 ‘One Minute Forever’ (2018.04.19~2018.09.09)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인 에르빈 브룸의 국내 첫 개인전은 현대카드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협업해 탄생한 전시다. 조각과 드로잉, 비디오,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드는 유머러스한 접근법의 작품들로 유명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 대표작인 ‘One Minute Sculpture’ 시리즈부터 대형설치작업인 ‘Fat Car’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작가의 지시문과 드로잉에 따라 1분간 직접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호응을 얻고있다. 9월까지 ‘스토리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L 레이어(layers)

    ‘스토리지’가 2년 간 쌓아온 전시의 층(layer)을 하나씩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하나같이 실험적인 정신이 뛰어나고 작품 세계 속에서는 유머러스한 위트가 묻어난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카드가 그동안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온 ‘유니크’함이나 ‘독창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현대카드는 ‘스토리지’를 비롯한 문화 공간들을 위해 별도의 팀을 꾸릴 정도로 전시 퀄리티 컨트롤에 예민하다. 덕분에 ‘스토리지’를 거쳐 간 전시들은 업계의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고, 이는 현대카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일조했다.

    특히 문화적 소비 욕구가 높은 20~30대에 ‘스토리지’는 단순히 전시를 보고 느끼고 직접 체험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현대카드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까지 고스란히 전달하는데 성공하면서 문화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년간 ‘스토리지’를 다녀간 관객들 중 90% 이상이 20-30대 청년층이라는 수치도 이를 설명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스토리지’는 차곡차곡 문화의 층을 쌓아나갈 것이다. 학제간의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고, 대중들에게 보여줄 가치가 있는 작가와 작품들을 꾸준히 발굴하며, 그 속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현대카드스럽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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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대카드의 ‘스토리지’는 ‘저장소’라는 의미에 걸맞게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전시들을 담아내며 미술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현재 전시 중인 작가 에르빈 브룸의 개인전은 현대카드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협업해 탄생한 성과이며, 이전의 전시들 역시 수년간 ‘문화 마케팅’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현대카드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캔버스에 색을 덧입히듯 ‘스토리지’가 채워나갈 공간의 변신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현대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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