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질 구조에서 착안한 미세 균열 설계로 기존 은 박막 대비 평균 라만 신호 약 150배 증폭
- 기판 뒷면에서 빛을 비추는 측정 방식과 AI 분석 결합해 혼합물 속 분자 식별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신소재공학과 이우영 교수팀이 금속 박막에 형성한 미세한 균열을 활용해 분자의 광학 신호를 증폭하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유연 분자 감지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의 지질 구조에서 착안한 균열 설계에 표면증강 라만 산란(SERS) 기술과 딥러닝을 결합한 것으로, 미량 물질의 신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여러 분자가 섞인 시료를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면증강 라만 산란은 금속의 미세 구조 주변에서 빛에 의해 형성되는 강한 전기장을 이용해 분자의 라만 신호를 증폭하는 기술이다. 라만 신호는 물질마다 고유한 특징을 지녀 ‘분자의 지문’으로 불리지만, 본래 신호가 약해 미량 물질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빛에 의해 형성되는 전기장이 집중되는 나노미터 크기의 틈인 ‘나노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러 물질이 섞인 시료에서는 신호가 서로 겹칠 수 있어, 증폭된 신호에서 각 분자를 구분하는 분석 기술도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연하고 투명한 실리콘계 고분자 소재인 폴리디메틸실록산(Polydimethylsiloxane, PDMS) 위에 은(Ag) 박막을 형성하고, 여러 단계의 처리를 거쳐 크기가 다른 미세 균열과 나노갭을 만들었다.
이렇게 형성된 미세 균열은 빛에 의해 발생하는 전기장을 좁은 틈에 집중시켜 분자의 라만 신호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제작 과정에 따른 구조 변화와 광학 특성을 분석했으며, 전자기장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노갭 주변에 전기장이 집중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금속 박막에 형성된 균열이 분자 신호를 증폭하는 구조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실험 결과, 미세 균열을 형성한 구조는 별도의 균열 형성 처리를 하지 않은 은 박막보다 평균 라만 신호가 약 150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여러 위치에서 신호 증폭 효과가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빛을 비추는 방향에 따른 신호 변화도 분석했다. 투명한 기판의 뒷면에서 빛을 비추는 ‘후면 여기’ 방식을 적용한 결과, 앞면에서 빛을 비추는 방식보다 약 1.7배 높은 라만 신호가 나타났다. 이를 통해 미세 균열의 구조뿐 아니라 빛을 비추는 방향도 신호 증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AI 기반 딥러닝 기술을 결합해 여러 분자가 섞인 시료의 신호를 분석했다. AI가 물질마다 다른 라만 신호의 특징을 학습해 혼합물 속 분자를 식별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미세 균열을 이용한 신호 증폭과 AI 기반 분자 분석을 하나의 센서에 결합했다.
이번 연구는 금속 박막의 균열을 기능성 나노구조로 전환하고, 유연 기판을 통한 후면 광학 측정과 딥러닝 분석을 통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다양한 시료와 측정 환경에 대한 검증을 거쳐 환경 유해물질 검사, 식품 안전 분석, 바이오 분자 검출 등 복잡한 시료 속 미량 성분을 구분해야 하는 분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 안준성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센서 분야 국제학술지 ‘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JCR 상위 1.9%)에 10월 6일(화)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