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 선정 최우선순위 항생제 내성 병원체인 '카바페넴 내성 폐렴간균' 대응을 위한 차세대 항균제 연구 성과 인정
- 거머리 유래 항균펩타이드 ‘히루니핀 2’의 항균 활성과 세균막 손상 기전 확인
-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김용균 교수·충북대학교 조성진 교수와 공동연구…신규 항균제 개발 가능성 제시
한림대학교(총장 최양희)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이민호 교수 연구팀이 지난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미생물학회 국제학술대회(MSK2026)’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개최된 ‘대한미생물학회 제150차 추계학술대회 및 제17회 한일국제미생물학심포지엄(The 17th Korea-Japan International Symposium on Microbiology, KJSIM)’에서 각각 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이번 연구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분자미생물학연구실의 지현선·권현지 석사과정생을 비롯해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감염내과 김용균 교수, 충북대학교 생물학과 조성진 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이번 수상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신규 항균제 개발과 공중보건 대응이 가장 시급한 병원체군 중 하나로 지정한 카바페넴 내성 폐렴간균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항균물질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국내 주요 미생물학 학술대회와 한일 국제심포지엄에서 연이어 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하며, 다제내성균 감염 치료를 위한 새로운 항균제 개발 연구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은 폐렴, 혈류감염, 요로감염 등 다양한 감염병을 유발하는 주요 병원성 세균으로, 특히 중증 환자와 면역저하자에게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가운데 카바페넴 내성 폐렴간균은 주요 치료 항생제인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 치료 선택지가 제한되며, 항생제 내성 확산과 중증 감염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공중보건학적 위협으로 평가된다.
WHO는 2024년 발표한 ‘세균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Bacterial Priority Pathogens List, BPPL)’에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ales, CRE)을 가장 높은 단계인 ‘최우선순위(Critical priority)’로 분류했다. 카바페넴 내성 폐렴간균은 이 병원체군에 포함되며, WHO의 이러한 분류는 기존 항생제로 치료하기 어려운 감염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항균제 개발과 감염 예방·관리 전략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특히 항생제 내성균의 지속적인 출현과 확산으로 기존 치료제의 한계가 커지고 있어,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항균물질의 발굴과 개발이 중요한 연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이민호 교수 연구팀은 기존 항생제와 차별화된 항균 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항균펩타이드(Antimicrobial Peptide, AMP)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는 거머리에서 유래한 항균펩타이드 ‘히루니핀 2(Hirunipin 2)’의 다제내성 폐렴간균에 대한 항균 활성과 작용기전, 기존 항생제와의 병용 효과, 내성 발생 가능성 및 생체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연구다.
연구팀은 카바페넴분해효소를 생성하는 폐렴간균 임상 분리주 9종과 표준 균주를 대상으로 히루니핀 2의 항균 활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히루니핀 2가 시험한 임상 분리주에 대해 항균 활성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대표 임상 분리주를 이용한 살균 실험에서는 히루니핀 2 처리 후 4시간 이내에 생균 수가 99.9% 이상 감소하는 결과가 관찰돼 신속한 살균 활성을 확인했다.
또한 리팜피신과 클로람페니콜 등 일부 기존 항생제와 병용했을 때 특정 임상 분리주에서 항균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히루니핀 2가 단독 항균물질뿐 아니라 기존 항생제의 효과를 보완하기 위한 병용 치료 전략에서도 추가적인 연구 가치가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히루니핀 2의 항균 작용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세균막 투과성 분석과 투과전자현미경 관찰을 수행했다. 그 결과, 히루니핀 2가 폐렴간균의 외막과 세포질막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세포막 구조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히루니핀 2의 항균 활성에 세균막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특히 이번 연구는 카바페넴분해효소를 생성하는 임상 분리주를 대상으로, 기존 카바페넴계 항생제와 다른 작용방식인 세균막 손상을 통해 항균 활성을 나타내는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항생제 내성기전을 가진 병원성 세균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탐색하는 데 기초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초기 자료를 확보했다. 사람 유래 A549 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농도 의존적인 세포독성이 관찰됐으며, 생쥐를 이용한 단회 투여 실험에서는 체중 1 kg당 16 mg까지 뚜렷한 독성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32 mg/kg에서는 부분 독성이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히루니핀 2의 적정 투여 용량과 치료 안전역을 설정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감염 치료 효과와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현재 동물 감염모델을 이용한 효능 검증과 약동학 및 반복 투여 안전성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