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지명국 교수팀, 인공지능으로 '암흑물질' 정체 밝힌다

연세대 지명국 교수팀, 인공지능으로 '암흑물질' 정체 밝힌다

입력 2026.10.14 16:29

- 연세대, 과기정통부·한국연구재단 'AI 기반 대학 과학기술 혁신사업' 연구센터 선정 … 6년간 120억 원
- AI로 '물과 기름' 같던 천체물리-입자물리 두 학문을 잇는다

▲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지명국(연구책임자), 김태선 교수, 물리학과 이상훈, 유휘동 교수, (아랫줄 왼쪽부터) 연세대 물리학과 박성찬 교수,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오세헌 교수, 경희대 컴퓨터공학부 유병현 교수
▲ 우주의 입자 가속기와 인간이 만든 입자 가속기. 위는 은하단 충돌 현장을 보여주는 총알은하단의 제임스웹 관측 영상(출저: NASA), 아래는 대형강입자충돌기(LHC)의 CMS 검출기가 기록한 양성자 충돌 사건을 시각화한 이미지다(출저: CERN).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천문우주학과 지명국 교수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26년도 AI 기반 대학 과학기술 혁신사업(연구센터)'에 최종 선정됐다.
지명국 교수팀은 'AI 기반 천체물리-입자물리 융합 암흑물질 연구센터(AICAP)'를 통해 6년간 총 120억 원(연간 2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AI를 활용한 암흑물질 규명 연구를 수행한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가 주관하고 세종대와 경희대가 공동으로 참여하며, 2032년까지 진행된다.
암흑물질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지만, 그 정체는 1930년대 처음 존재가 제기된 이후 90여 년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인류가 확립한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나머지 15%만을 설명할 수 있다.
지난 40여 년간 세계 각국의 연구진은 암흑물질을 직접 검출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검출기의 감도는 약 100억 배 향상됐지만, 아직 암흑물질을 직접 검출했다는 학계의 공인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천체 관측과 입자 실험 데이터를 하나의 인공지능 추론 체계로 결합하는 새로운 접근을 제안했다. 두 분야는 같은 암흑물질을 연구하면서도 다루는 규모와 데이터 형태가 완전히 달라 그동안 실질적 융합이 어려웠다. 천체물리는 은하 규모의 관측 영상을 다루고, 입자물리는 검출기가 기록한 충돌 사건을 다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기반 추론(Simulation-Based Inference, SBI)'을 핵심 연구 방법으로 활용한다. 이 방법은 실제 물리 현상을 모사한 시뮬레이션과 AI 신경망을 결합해 직접 관측하기 어려운 물리적 특성을 추정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서로 다른 관측·실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암흑물질의 특성을 규명할 계획이다.
지명국 교수는 "천체 관측과 입자 실험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를 AI가 하나의 공통 언어로 연결해 준다"며 "두 분야를 결합해 암흑물질의 정체를 판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연구센터는 국제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연세대·세종대·경희대 소속 교수 7명이 참여해 천체 관측, 우주론 시뮬레이션, 입자 실험, 이론 연구, AI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한다.
연구 책임자인 지명국 교수는 "암흑물질 연구는 어느 한 분야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관측하는 사람, 시뮬레이션하는 사람, 실험하는 사람, 이론을 세우는 사람, 그리고 AI를 만드는 사람이 한 팀에 모여 있다는 것이 이 센터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모델 전면 공개, 융합 인재 15명 배출 목표

연구센터는 연구 과정에서 구축한 대규모 학습 데이터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국내외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인재 양성을 위해 매년 학부생 대상 여름학교를 운영하고, 6년간 총 240명에게 실제 관측·실험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천체물리학·입자물리학·AI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형 박사 15명 이상을 양성할 계획이다. 대학원생에게는 전공 외 분야의 부지도교수를 두도록 권장해 학제 간 공동연구 경험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명국 교수는 "암흑물질을 찾는 과정에서 개발하는 AI 방법론은 신소재 설계, 기후 예측, 의료 영상 분석 등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모든 분야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며 "답을 찾기 전에도 이 연구가 남기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1. 암흑물질
: 빛을 내지도 흡수하지도 않아 직접 볼 수 없지만, 중력 효과를 통해 존재가 확인되는 물질. 은하가 회전하는 속도, 은하단이 빛을 휘게 하는 중력렌즈 현상 등이 그 증거다. 우주 초기에 암흑물질이 중력으로 물질을 끌어모으지 않았다면 은하와 별, 나아가 생명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2. 시뮬레이션 기반 추론(SBI)

관측 데이터로부터 물리량을 추정할 때, 전통적 통계 기법은 확률을 계산하는 수학 공식(우도함수)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복잡한 천체 현상이나 입자 충돌에서는 이 공식을 세울 수 없다. SBI는 공식 대신 물리 시뮬레이션을 대량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를 신경망에 학습시켜 추정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최근 인공지능과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