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지현 교수, 남극 빙붕 아래서 철광층 형성 비밀 밝혀내

연세대 김지현 교수, 남극 빙붕 아래서 철광층 형성 비밀 밝혀내

입력 2026.10.08 11:20

- 남극 해저 퇴적물의 유전정보 분석해 철 산화 미생물 발견
- 빛·산소 부족한 환경에서 철을 쌓이게 하는 단백질 기능 확인

▲ (왼쪽부터)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김지현 교수, 생명시스템연구원 윤재경 박사후연구원
▲ 남극 라르센 C 빙붕 아래 홀로세 해저 퇴적층의 미생물 생태계 변화
▲ 남극 빙붕 아래 철산화세균의 기능과 미생물에 의한 철 광물화 과정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시스템생물학과 김지현 교수팀은 남극 해저에서 새로운 세균을 발견하고, 이 세균이 만드는 단백질이 물에 녹아 있는 철을 해저에 쌓일 수 있는 형태로 바꾼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햇빛이 닿지 않는 바다에서 철광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남극 라르센 C 빙붕 아래 해저 퇴적물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빛과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철을 산화하는 새로운 세균을 발견했다. 이 세균은 빛 대신 화학반응으로 에너지를 얻는 종류로, 연구진은 이 세균의 특정 단백질이 물에 녹아 있는 철을 가라앉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기능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지구 역사에서 많은 철이 어떻게 거대한 철광층을 이루었는지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지질시대에 광합성 세균이 철을 산화해 바다에 가라앉게 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빛이 닿지 않는 남극 빙붕 아래 해저 퇴적물에서 철을 산화시키는 미생물과 핵심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 기능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 발견은 고대 지구에서 막대한 철광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여, 지구과학-생명과학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진은 2013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남극 라르센 C 빙붕 인근 수심 324m에서 채취한 해저 퇴적물의 유전정보를 분석했다. 이 퇴적물에는 약 1만 2천 년 동안의 해양 환경 변화가 기록돼 있다.

분석 결과,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특정 세균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두 미생물 집단이 번갈아 번성한 흔적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철이 반복적으로 띠 모양의 층을 이루며 쌓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새로 발견한 세균에 ‘마리이모모나스 페록시단스’라는 이름을 잠정적으로 붙였다. 또 이 세균의 철 산화 관련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어 실험한 결과, 해당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이 물에 녹아 있는 철을 물에 잘 녹지 않아 가라앉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쌓인 철은 시간이 지나면서 철 광물을 형성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지구가 광범위하게 얼음으로 덮였던 ‘눈덩이 지구’ 시기의 철광층 형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햇빛을 이용하는 광합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철의 축적 과정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논문의 제1저자로 이번 분석을 주도한 연세대 미생물유전체학 및 시스템/합성생물학 연구실 윤재경 연구교수는 “1만여 년의 기록이 담긴 남극 퇴적층의 DNA를 분석해 당시 환경과 미생물 생태계를 재구성하고, 핵심 미생물의 유전정보를 복원해 관련 단백질의 기능까지 확인했다”며 “환경 시료의 유전정보 분석과 기능 실험을 함께 활용해 과거 지구에서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연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마이크로바이옴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는 남극 빙붕 아래에서 빛 대신 화학반응으로 에너지를 얻는 세균이 철광층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광합성 중심의 기존 설명을 보완하고, 지구 환경과 미생물 활동의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연세대 생명시스템연구원 윤재경 박사후연구원, 이보영 연구교수, 곽민정 박사,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윤환수 교수, 극지연구소 빙하지권연구본부 유규철 책임연구원,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황청연 교수,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권순경 교수 등이 참여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연구사업(중견연구 유형2)·국가연구소(NRL2.0)사업, 해양수산부의 해양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생태환경관리 기술개발사업, 극지연구소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10월 8일(목) 온라인 게재됐다.

김 교수팀은 앞서 제주도 마라도 미생물에서 적조 생물을 제거하는 물질의 생성 원리를 밝히고, 독도 미생물에서 빛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는 등 해양 미생물 연구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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