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이상영 교수팀, 고압 대신 ‘전해질 윤활’로 전고체전지 성능 높이는 설계 원리 제시

연세대 이상영 교수팀, 고압 대신 ‘전해질 윤활’로 전고체전지 성능 높이는 설계 원리 제시

입력 2026.09.23 14:32

- 더 세게 누르는 대신 동적으로 접촉 유지… 전고체전지 상용화 앞당길 새로운 접근
- 연세대 이상영 교수팀, 고체 입자 사이 빈틈을 리튬이온 통로로 바꾸는 ‘전해질 윤활’ 설계 원리 제시

▲ (왼쪽부터)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이상영, 이용민 교수, 김원영 박사, 유석현 석박통합과정생,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원보 교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영주 박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효빈 박사
▲ 자동차 엔진의 윤활 원리를 응용한 전고체전지용 전해질 윤활제의 모식도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화공생명공학과 이상영, 이용민 교수팀은 자동차 엔진이 금속 부품 사이로 스며든 엔진오일 덕분에 매끄럽게 작동하듯, 전고체전지의 고체 입자 사이에도 ‘윤활’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이원보 교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영주 박사와 함께 ‘전해질 윤활(Electrolyte Lubrication)’ 기술을 개발했다. 전해질 윤활 기술은 소량의 유동성 전해질을 고체전해질 입자 사이에 침투시켜 끊어진 리튬이온 이동 경로를 다시 연결하고, 계면에서 발생하는 부반응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전고체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액체전해질을 고체전해질로 대체한 배터리로, 화재·폭발 위험을 낮추면서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고체전해질 입자 사이에 미세한 빈 공간이 생기거나 충·방전 과정에서 입자 간 접촉이 약해지면 리튬이온의 이동이 방해된다.

특히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는 이온전도도가 높고 가공성이 우수하지만, 고체전해질과 전극 입자 사이의 안정적인 접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높은 압력으로 전지를 지속적으로 누르는 방식이 사용돼 왔지만, 별도의 압력 유지 장치가 필요해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가 증가하고 구조가 복잡해진다. 이에 높은 가압 의존성을 낮추는 것이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더 강하게 누르는 것’에서 ‘동적으로 윤활하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핵심은 일반 액체전해질을 단순히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리튬이온과 음이온이 조밀하게 모여 있는 ‘응집 클러스터 전해질(Aggregate Cluster Electrolyte)’을 설계한 것이다. 이 전해질은 이온이 응집된 구조를 통해 반응성이 높은 자유 용매의 활동을 억제해 황화물 고체전해질과의 부반응을 줄인다. 동시에 전해질의 유동성을 이용해 고체 입자 사이의 미세공극을 채우고 끊어진 이온전도 경로를 연결한다.

즉, 기존에는 성능 저하의 원인이었던 ‘빈 공간’을 전해질 윤활제로 채워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로 바꾼 것이다. 물리적인 접촉 손실을 보완하는 유동성과 계면의 화학적 안정성을 하나의 전해질 설계로 구현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전해질 윤활제를 적용한 전극에서는 리튬이온의 이동이 원활해지고, 전지의 용량과 수명, 안정성이 향상됐다. 특히 낮은 외부 압력에서도 이러한 성능이 확인돼 전고체전지의 높은 가압 의존성을 낮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연구팀은 실제 전기자동차의 고속도로 주행 상황을 디지털트윈 모델링으로 재현해 전지의 작동 특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전해질 윤활제를 적용한 전지는 리튬이온의 흐름과 전극 반응이 보다 균일하게 나타났으며, 전극 내부의 특정 영역에 반응과 발열이 집중되는 현상도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전고체전지에서 충·방전 과정으로 고체 입자 사이의 접촉이 달라지더라도 리튬이온이 계속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충·방전으로 입자 사이에 빈틈이 생기더라도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상영 교수는 “지금까지 전고체전지는 고체 입자 사이의 접촉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높은 가압 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실제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연구는 더 강하게 누르는 대신 자동차 엔진을 윤활하듯 고체 입자 사이를 화학적으로 안정한 전해질로 ‘윤활’해 접촉 손실과 계면 불안정성을 동시에 제어하는 전고체전지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량의 전해질 윤활제를 기존 전고체전지 구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면적·고에너지 전고체전지 및 실제 제조 공정으로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가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전지 시스템을 단순화해 전고체전지의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연세대 김원영 박사와 유석현 석박통합과정생,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효빈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중견) 및 국가전략기술미래소재기술개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JACS)에 게재 승인됐다. 연구팀은 관련 핵심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한국·미국·중국에 총 1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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