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진중현 교수 개발 장립종 ‘IPS’, 치폴레 식재료로 주목

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진중현 교수 개발 장립종 ‘IPS’, 치폴레 식재료로 주목

입력 2026.09.22 15:56

- 기후위기 대응 품종으로 출발해 해남서 5년간 재배·상품화
- 장립종 쌀 산업 확대와 식량안보 강화 가능성 제시

▲ 우리나라 최초 양산 및 상품화된 국산 개발 인디카 장립종 품종 ‘IPS’
▲ 해남산 장립종 쌀 홍보관 앞에서 윤영식 땅끝황토친환경영농법인 대표(왼쪽)와 진중현 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대형 멕시칸 음식 체인 치폴레(Chipotle)가 서울에 아시아 1호점을 열면서 해남산 장립종 쌀을 식재료로 선택했다. 대표 메뉴인 부리토와 부리토볼에 쓰이는 장립종은 찰기가 적고 낱알이 긴 쌀이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해남에서는 2021년부터 재배와 상용화가 추진돼 왔다. 그 출발점에는 세종대학교(총장 엄종화)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진중현 교수가 개발한 인디카 벼 품종 ‘IPS’가 있다.

IPS의 개발 목적은 기후 변화와 농업 생산 환경의 불안정에 대응하는 데 있었다. 열대화되는 기후에 따른 침수 피해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비료 부족이 주요 과제였다. 진 교수는 농촌진흥청과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침수 환경에서도 살아남고, 인(P) 등 양분이 부족한 조건에서도 양분 흡수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벼를 개발했다.

이 품종의 수요는 열대 지역에 앞서 국내에서 확인됐다. 진 교수는 해수면 상승과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남서 해안 지역에 주목했다. 기후 적응형 작물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 지역에서 IPS가 국내 농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 성과가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지역의 협력이 뒷받침됐다. 해남의 땅끝황토친환경영농법인(대표 윤영식)과 해남군(군수 명현관)의 지원으로 2021년부터 본격적인 재배와 상용화가 시작됐다.

생산 기반을 확보한 뒤에는 판로도 넓어졌다. IPS 쌀은 네이버스토어와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됐다. 밥알이 잘 분리되는 특성은 볶음밥과 필라프, 커리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했다. 이번 치폴레의 매입은 해남산 장립종 쌀이 가정용을 넘어 외식업계의 식재료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재배와 판매를 통해 쌓인 경험은 장립종 쌀의 산업화와 식량안보를 위한 정책 논의로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남군, 기업 등이 장립종 활용 방안을 협의했으며, 2025년에는 농촌진흥청과 대학, 기업이 참여하는 ‘장립종 벼 품종 및 안정재배 기술 개발’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2029년까지 총 190억 원 규모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대학과 기업, 지역 생산자의 시도가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로 확대된 것이다.

후속 품종 개발도 진행 중이다. 진 교수는 세종대 파이토케미칼첨단육종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길고 단단한 낱알 특성을 살리고, 단백질 함량과 향취성, 건강기능성 등을 높인 품종을 준비하고 있다. 재배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함께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진 교수는 “이번 사례와 같이 소비자가 좋아하는 우수한 쌀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쌀 수급 조절에 기여하고 싶다”며 “외국인도 좋아하고 수출에도 유리한 ‘팔방미인’ 같은 쌀로 식량안보를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쌀 소비 감소와 재고 누적, 기후 변화에 따른 재배 환경 변화, 수입에 의존해 온 장립종 쌀의 국산화는 국내 쌀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다. 기후 위기 대응 연구에서 출발해 해남의 논과 외식 시장으로 이어진 IPS는 품종 다양화가 새로운 소비 수요와 국내 생산 기반을 연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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