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총장 최양희) 체육학과 최보영 교수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서상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집속초음파로 뇌혈관 장벽을 일시적으로 조절하면 해마에서 이용 가능한 아연이 증가하고, 이러한 아연 신호가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과 생존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케이메디허브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신재우 선임연구원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학교실 및 뇌연구소 장원석 교수 연구팀이 참여했다. 최보영 교수와 신재우 선임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 서상원 교수와 장원석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 결과는 진단·치료 융합 분야 국제학술지 Theranostics(IF 14.9, JCR 상위 3.14%) 2026년 제16권 15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Focused ultrasound-mediated blood–brain barrier modulation is associated with adult hippocampal neurogenic responses linked to zinc-dependent signaling’이다.
뇌혈관장벽(BBB)은 혈액 속 유해물질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보호 필터’다. 하지만 치료에 필요한 약물이 뇌 조직에 도달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저강도 집속초음파(FUS)를 혈액에 주입한 미세기포와 함께 사용하면 원하는 뇌 부위의 혈관장벽을 일정 시간 선택적으로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집속초음파가 약물 전달뿐 아니라 뇌세포와 주변 환경에 일으키는 생물학적 변화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특히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성체 해마 신경생성(Neurogenesis)’과 “아연(Zinc)”의 관계에 주목했다.
아연은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원소이면서 뇌에서는 신경세포 사이의 정보 전달과 적응을 조절하는 신호물질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성체 쥐와 생쥐의 해마에 미세기포와 저강도 집속초음파를 적용했고 그 결과, 집속초음파를 적용한 해마에서 이용 가능한 아연과 관련된 신호가 증가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신경세포의 바탕이 되는 신경전구세포의 증식과 미성숙 신경세포의 수, 새로 만들어진 신경세포의 생존도 증가했다.
아연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뇌에서 이용 가능한 아연을 붙잡아 그 작용을 줄이는 CaEDTA를 사용했다. CaEDTA로 아연의 이용을 제한하자 집속초음파 후 나타났던 신경전구세포 증식과 새로운 신경세포 생존 증가 효과가 크게 감소했다. 반면 추가로 아연을 제거하지 못하는 대조물질 ZnEDTA를 사용했을 때는 같은 억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아연의 저장과 이용을 돕는 수송체 ZnT3가 없는 생쥐에서도 집속초음파에 따른 신경생성 증가 반응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집속초음파로 증가한 아연을 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저장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해마 신경생성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결과가 집속초음파를 적용하거나 아연을 증가시키는 것만으로 손상된 뇌가 재생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팀은 아연이 어떤 세포와 신호경로를 통해 신경생성을 조절하는지, 새로 만들어진 신경세포가 기존 해마 회로에 연결돼 실제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후속 연구에서 확인할 계획이다.
최보영 교수는 “집속초음파가 해마에서 이용 가능한 아연 신호를 증가시키고, 이것이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 반응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는 집속초음파를 약물 전달을 넘어 뇌의 변화와 회복 능력을 조절하는 기술로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상원 교수는 “앞으로 노화, 알츠하이머병, 외상성 뇌손상 모델에서 집속초음파와 아연 신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규명할 계획”이라며 “새로 생성된 신경세포가 기존 해마 회로에 연결돼 기억과 인지기능 회복에 기여하는지도 확인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한림대학교의 아연 생물학·성체 신경생성 연구 역량과 연세대학교·케이메디허브의 집속초음파 기술을 결합한 다기관 융합연구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