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고혁완 교수팀, 카펜터증후군 ‘두개골 조기유합’의 새 발병 원리 규명

연세대 고혁완 교수팀, 카펜터증후군 ‘두개골 조기유합’의 새 발병 원리 규명

입력 2026.07.15 14:30

- 머리뼈가 일찍 굳는 희귀질환, 부위마다 ‘다른 경로’로 발병 -
- 연구성과 국제학술지 ‘Cell Death & Differentiation’ 게재 -

▲ (왼쪽부터) 연세대 생화학과 고혁완 교수, 황보고은 연구원
▲ MEGF8 결손의 조직 특이적 신호 경로와 약물에 의한 선택적 증상 완화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생화학과 고혁완 교수 연구팀은 머리뼈가 비정상적으로 일찍 굳는 희귀 유전질환 ‘카펜터증후군’에서 하나의 유전자가 신체 부위마다 서로 다른 신호 경로로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세포 사멸과 분화(Cell Death & Differentiation) 온라인판에 7월 3일 게재됐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머리뼈는 여러 조각의 납작한 뼈가 ‘봉합선’이라는 틈으로 이어져 있다. 이 틈은 뇌가 자라는 동안 머리뼈도 함께 자랄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 주는 ‘성장판’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봉합선이 정상보다 일찍 붙어 버리는 병인 두개골 조기유합증(craniosynostosis)이 신생아 약 2,500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 이는 머리 모양 변형과 함께 자라는 뇌가 좁은 공간에 갇혀 청력 손실·호흡 곤란·인지 발달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개골 조기유합증에 손발가락 기형(다지증)과 선천성 심장 결함 등이 함께 나타나는 희귀 유전질환이 카펜터증후군이며, MEGF8과 RAB23 두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카펜터 증후군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두 유전자는 모두 헤지호그(Hedgehog)라는 발생 신호를 조절한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왜 머리뼈가 일찍 굳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과제였다.
고혁완 교수팀은 MEGF8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생쥐 모델을 분석해, 머리뼈의 조기유합이 헤지호그가 아니라 전혀 다른 골형성 단백질(이하 BMP)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생긴다는 사실을 밝혔다. 헤지호그와 BMP는 태아가 만들어질 때 세포에 어디에서 무엇이 될지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발생 신호다.
평소 MEGF8은 BMP 신호를 받아들이는 문(수용체) 역할을 하는 단백질 BMPR1A에 분해 꼬리표(유비퀴틴)를 붙여 세포가 알맞은 양을 유지하게 돕는, 일종의 ‘제동 장치’다. 그런데 MEGF8이 사라지면 BMPR1A가 제거되지 못하고 쌓이면서 BMP 신호 전달 경로가 필요 이상으로 켜지고, 그 결과 머리뼈를 만드는 세포가 너무 빨리 단단한 뼈로 굳어 봉합선이 일찍 닫혀 버린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두 가지 약물로 직접 증명했다. 먼저 헤지호그를 막는 약물(Vismodegib)을 투여하자 손발가락 기형은 좋아졌지만 머리뼈 조기유합은 그대로였고, 반대로 BMP를 막는 약물(DMH1)을 투여하자 머리뼈 이상은 나아졌지만 손발가락에는 효과가 없었다. 두 약물의 효과가 뚜렷하게 구분되면서, 같은 MEGF8 돌연변이라도 팔다리에서는 헤지호그가, 머리뼈에서는 BMP가 각각 병을 일으키는 ‘서로 다른 두 갈래 경로’가 존재함을 명확하게 보여 준 것이다.
고혁완 교수는 “하나의 유전자 이상에서 비롯되는 증후군성 희귀질환의 분자적 원인은 신체 부위마다 다를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 준 연구”라며, “같은 질환이라도 ‘어디에서, 어떤 신호로’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치료 표적을 달리하는 정밀의학 전략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제1저자인 황보고은 연구원은 “하나의 유전자가 부위마다 다른 신호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두 가지 약물 실험으로 직접 확인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며, “이번 연구가 희귀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는 작은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중견연구자사업), 첨단바이오글로벌 역량강화, 국가연구소(NRL2.0)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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