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6.07.15 14:22
- 별도 화학 활성화 과정 없이 출혈 조직에도 약 10초 만에 강력 접착 및 지혈 -
- 카테콜-퀴논 전환 기반 접착 기전으로 접착·지혈·항균·치유 기능을 함께 구현…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게재 -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전기전자공학과 서정목 교수 연구팀은 손가영 박사과정생, 김태영 연구교수와 함께 별도의 화학 활성화 과정 없이 약 10초 이내로 젖은 조직에 강하게 접착하면서 동시에 신속한 지혈을 유도하는 이중 네트워크(double-network) 하이드로겔 'STAT(Strong Tissue-adhesive And Thrombostatic)'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체재료 분야 학술지인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수술이나 외상 현장에서 출혈을 신속하게 멈추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하지만 봉합사, 스테이플러, 피브린 글루 등 기존 지혈 재료는 혈액이나 체액으로 젖은 조직에서 접착력이 떨어지고, 강한 접착력을 얻기 위해서는 1시간 이상 별도의 화학 활성화 과정이 필요해 응급 상황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 명이 외상성 출혈로 사망하는 만큼, 이를 해결할 새로운 지혈 소재 개발은 의공학 분야의 주요 과제였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친 파도에도 바위에 단단히 붙는 홍합의 접착 단백질에서 발견되는 카테콜(catechol) 구조를 응용해 하이드로겔(물을 많이 머금고 있는 젤 형태의 고분자 소재)을 개발했다. 하이드로겔을 장갑 낀 손으로 잠시 주무르면 카테콜 일부가 반응성이 높은 퀴논(quinone)으로 바뀌고, 퀴논은 조직 표면의 아민(–NH₂)과 싸이올(–SH) 등과 즉시 공유결합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별도의 화학 활성화 과정 없이도 젖은 조직에 접착할 수 있다.
이 하이드로겔은 접착과 함께 지혈 기능도 갖췄다. 하이드로겔에 포함된 천연 폴리페놀인 탄닌산(tannic acid)은 혈소판을 활성화해 혈액 응고를 촉진하고 항균 효과도 제공한다. 또한 서로 다른 두 고분자 망이 얽힌 이중 네트워크 구조를 적용해 부드러운 조직과 유사한 탄성을 유지하면서도 잘 늘어나고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손상되더라도 스스로 회복되는 자가치유 특성도 갖췄다. 넓은 상처에는 패치 형태로, 깊고 좁은 부위에는 주사형(실란트)으로 사용할 수 있어 하나의 소재로 접착·지혈·항균·상처 치유 기능을 모두 구현했다.
동물실험에서 STAT 하이드로겔은 마우스 간 출혈 모델에서 수초 내 지혈됐고, 토끼의 간·비장 대량 출혈 모델에서도 출혈을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내시경을 이용해 위 천공 부위를 봉합하는 실험을 통해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한 피부 절개 봉합 모델에서는 봉합사 없이도 상처가 잘 아물었고, 두드러진 세포 독성이나 염증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상용 피브린 글루와 비교한 실험에서도 접착력과 지혈 속도, 항균성 등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토끼를 이용한 대량 출혈(간·비장) 전임상 실험은 충남대학교·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연구진과 협력해 수행됐다.
서정목 교수는 "기존 지혈 재료가 가진 젖은 조직 접착 문제를 카테콜-퀴논 전환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기전으로 해결하고, 접착부터 지혈·치유까지 하나의 소재에서 구현한 점이 이번 연구의 특징"이라며 "응급 외상은 물론 복강경·내시경 같은 정밀 수술 환경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조직에 즉시 결합하는 접착 인터페이스'는 향후 유연 전자소자와 결합될 때 더 큰 가치를 가질 것으로 본다"며 "상처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전기 자극으로 치료를 돕는 스마트 바이오 인터페이스로 발전시켜, 소재와 바이오 전자공학을 잇는 연구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현재 추가 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며, 임상 시험과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국가연구소(NRL 2.0) 사업과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