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6.07.14 10:41
- "에너지 보정이 오히려 오차를 키운다"는 역설, 전자 밀도 보정으로 해결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화학과 심은지 교수 연구팀이 고체 재료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오랫동안 설명되지 않았던 역설적 현상의 원인을 규명했다. 이 연구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고체 재료의 물성을 예측하는 밀도범함수이론(이하 DFT) 계산에서는 분산력 상호작용을 보정하면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다양한 고체 재료에서 이러한 보정을 추가할수록 오히려 결합 에너지 예측 오차가 커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에 연구팀은 이 현상의 원인이 단순히 에너지 계산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계산의 바탕이 되는 전자 밀도에도 있음을 밝혔다.
DFT는 물질 속 전자 분포, 즉 전자 밀도를 먼저 계산한 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를 예측한다. 지금까지는 계산 과정에서 얻은 전자 밀도가 충분히 정확하다고 가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연구팀은 전자 밀도 자체에 오차가 있을 경우, 여기에 분산력 보정을 더하면 기존 오차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될 수 있음을 여러 고체 재료를 통해 체계적으로 증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전자 밀도 오차의 영향이 재료의 결합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수소결합성 결정은 물론, 다이아몬드·실리콘처럼 단순해 보이는 공유결합 고체에서도 전자 밀도가 계산 정확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 흑연처럼 분산력이 지배적인 재료에서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어떤 재료에서 전자 밀도를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분자계에서 발전해 온 밀도 보정-밀도범함수이론(DC-DFT)을 고체 재료로 확장한 성과로, 계산 데이터가 AI 기반 신소재 개발의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는 현 시점에서 시뮬레이션 신뢰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심은지 교수는 "계산된 에너지가 정확해 보여도, 그 아래에 있는 전자 밀도가 잘못돼 있으면 보정을 추가할수록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에너지뿐 아니라 전자 밀도의 신뢰성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심은지 교수가 주도하고 김영삼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미국 UC Irvine의 Kieron Burke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또한 해당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