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6.05.18 11:17
- 죽음을 둘러싼 한국적 감각과 공간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국민대학교(총장 정승렬) 건축대학 건축학부 이주현 동문이 국제 디자인 어워드인 ‘DBEW Award 2026’에서 어너러블 멘션(Honorable Mention)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죽음을 둘러싼 한국인의 정서와 공간 감각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건축 프로젝트로, 제도화된 추모 공간의 형식을 재고하고 자연과 관계, 감각의 경험을 중심에 둔 새로운 공간적 태도를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DBEW Award는 ‘동·서를 넘어서는 디자인(Design Beyond East and West)’을 슬로건으로, 국민대학교와 이탈리아 밀라노 ADI 디자인 뮤지엄이 공동 주최한 국제 디자인 어워드다. 학생과 교육자의 협업 성과를 함께 조명하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주목받았으며, 올해 첫 개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44개국에서 800여 점 이상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주현 동문은 ‘동·서를 넘어서는 디자인’이라는 어워드의 문제의식에서 깊은 공감을 얻어 출품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건축학과에서 5년간 서구의 체계를 바탕으로 교육을 받아온 한편, 동양화를 전공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한국의 미(美)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온 경험이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이주현 동문은 “건축은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학문이지만, 제가 오래 관심을 가져온 한국의 미감은 그 체계 안에서 온전히 설명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평소 관심사와 전공을 융합해 본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납골당이라는 제도화된 형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비움’을 통해 오히려 ‘채움’을 실현하는 공간적 태도를 제안하며, 유골을 보관하는 두꺼운 벽체를 제거하고 기단과 지붕만을 남겨 주변의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또한 ‘여막’과 ‘장지’라는 전통적 장례 구조와 프로그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물리적 공간 자체보다 죽음을 둘러싼 관계의 방식을 건축의 본질로 끌어올리고자 했다.
대상지는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용산가족공원이다. 고립성과 도심 속 공원이라는 이중적 맥락을 지닌 장소에 죽음의 공간을 다시 일상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사회적 제안을 담았다. 아울러 프로토타입 이후에도 다양한 대상지에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듈 개념을 도입해, 여막을 구성하는 각 요소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회전과 조합을 통해 장소마다 다른 맥락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주현 동문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좋은 공간을 만나면 늘 설계자의 이름부터 찾는다. 만드는 사람의 결이 공간에 그대로 배어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저 역시 저만의 결이 기분 좋게 묻어나는 건축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지도를 맡은 국민대 건축학부 최왕돈 교수는 “이번 수상은 학생 개인의 성과를 넘어, 동서양의 감각과 사유를 가로지르며 건축의 본질을 새롭게 질문하는 교육적 시도가 국제 무대에서 의미 있게 평가받은 사례”라며 “특히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동시대 건축의 가능성을 탐색한 이번 작업은 국민대가 지향하는 창의적 융합 교육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