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6.01.26 11:13
- 세수 감소보다 2.3배 많은 유산기부 증가 기대
- 여야 협치 입법토론회서 정책 효과 실증 분석 제시
- 구체적 법률 개정안과 시행 로드맵 제안
서울시립대학교(총장 원용걸) 세무학과 박훈 교수가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형 레거시 텐(Legacy 10)' 제도의 경제적 효과를 실증 분석하여 상속세제 개편의 학술적 토대를 제공했다. 박 교수는 상속세제 및 공익법인 연구 분야에서 다수의 정책 연구를 수행해 온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박훈 교수는 21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형 레거시 10 제도 도입에 관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섰다. 제도 도입 시 예상되는 세수 효과와 유산기부 증가 규모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야 간사인 정태호(더불어민주당)·박수영(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한국세법학회·웰다잉문화운동·한국비영리학회가 주관했으며, 국내 복지·자선단체 회원 500여 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모았다.
'한국형 레거시 10'은 영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유산기부 활성화 제도다. 핵심 내용은 상속재산의 10%를 초과하여 공익법인 등에 기부하면, 상속세 산출세액의 10%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의 상속재산에 대해 40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경우, 상속재산의 10%(10억 원)를 초과하여 사회에 기부하면 상속세 40억 원의 10%인 4억 원을 감면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10억 원을 넘어 기부하고 상속세는 36억 원만 납부하게 되는 구조다.
'레거시(Legacy) 10'이라는 명칭은 상속재산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고, 상속세의 10%를 감면받는 '이중 10%' 구조에서 유래했으며, '유산(Legacy)'을 다음 세대와 사회 전체에 물려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손원익 한국비영리학회 회장(연세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객원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훈 교수의 정책 연구 발표와 함께,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부자 목소리'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어떤 사회를 상속해 줄 것인가"라는 주제로 유산기부의 사회적 의미를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강남규 변호사(법무법인 가온), 김희정 사무총장(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성로 본부장(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사업본부), 장세정 논설위원(중앙일보), 김병철 국장(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정책관) 등이 참여해 제도 도입의 실효성과 향후 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학술적 분석과 실천적 메시지, 그리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이 어우러진 토론회 구성으로 입법 논의에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다.
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형 레거시 10 도입 시 상속세 세수는 연간 약 1,253억 원(납세자 10분의 1 참여 시)에서 6,263억 원(납세자 절반 참여 시) 감소하지만, 유산기부액은 연간 약 2,900억 원에서 최대 1조 4,5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세수 감소분 대비 약 2.3배에 달하는 유산기부 증가 효과를 의미한다.
박 교수는 "이는 '세수 감소'가 아닌, 더 큰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는 정책 투자"라고 설명했다. "영국이 레거시 10 시행 10년간 유산기부액을 약 2배 증가시킨 사례처럼, 한국도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민간 공익재원을 확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득격차, 자산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제도는 상속 시 자녀에게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나누는 동기를 제공한다"며 "제도가 기부문화, 나눔문화를 확실히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법 개정의 의미를 밝혔다.
박 교수는 발표에서 구체적인 법률 개정안도 제시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0조의2를 신설하여, 상속재산(과세가액)의 100분의 10을 초과하여 공익법인 등에 출연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 산출세액의 100분의 10을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개정안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한국은 세계기부지수(2024) 142개국 중 88위로 '기부 빈국'이며, 전체 상속재산에서 유산기부 비중이 1% 내외에 불과하다.
이번 토론회에서 박훈 교수의 실증 연구는 여야가 협치로 추진하는 상속세제 개편의 핵심 학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입법 과정에서 정책 효과에 대한 구체적 계량 데이터와 법률 조문까지 제시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는 조세정책 및 세법 분야의 선도적 대학으로, 이번 박훈 교수의 연구 발표는 국가 조세정책 수립에 학술적으로 기여하고 사회적 상속 문화 확산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박 교수는 그간 상속세 및 증여세 관련 정책연구와 제도 개선 제안을 지속해 왔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학계의 연구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