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6.01.06 14:03
- 초대 영국 총영사의 사진과 문서로 다시 만나는 19세기 말 서울과 조선
서울시립대학교(총장 원용걸) 박물관(관장 신희권)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조선을 기록한 영국 초대 공식 총영사 월터 힐리어(Walter C. Hillier, 1849~1927)와 그의 자손이 소장한 자료를 집대성한 학술총서 『힐리어의 시선, 조선의 시간』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총서는 1891년부터 1896년까지 조선에 주재한 초대 영국 총영사 월터 힐리어의 삶과 외교 활동을 중심으로, 그가 남긴 기록과 사진을 통해 19세기 말 서울과 조선의 풍경을 새롭게 조명한 연구 성과물이다.
힐리어는 현재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주한 영국 총영사관(현 영국대사관저) 건축을 감독했으며, 고종을 도와 강화도에 해군사관학교의 전신인 수사해방학당(水師海防學堂) 설립에도 참여했다. 또한 조선 주재 영국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직접 한국어를 배우고 구문사전을 편찬하는 등 조영(朝英) 외교사의 첫 장을 연 인물로 평가된다.
『힐리어의 시선, 조선의 시간』은 힐리어 개인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그의 가족이 전해온 자료와 당대의 외교·도시·문화 사료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조선과 영국의 초기 관계와 근대 서울의 형성 과정을 다층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학술총서는 총 6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힐리어 가문의 역사와 힐리어가 외교관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홍콩에서 태어나 중국어에 능통했던 힐리어가 동아시아 외교 전문가로 성장한 배경과 선교사 가문이었던 외가 메드허스트(Medhurst) 가문의 영향을 조명한다.
제2장은 조영수호통상조약(1882) 이후 힐리어의 조선 주재 외교 활동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영국 총영사관 건립 과정, 성공회 선교사들과의 협력, 강화도 해군학교 설립 지원, 이사벨라 버드 비숍 등 영국인 여행자 지원, 청일전쟁·을미사변·아관파천 등 격동기의 조선을 기록한 외교 보고서를 수록했다.
제3장은 힐리어와 그의 가족의 서울 생활을 재구성해 정동 외교촌의 생활 문화와 사교 활동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제4장은 힐리어가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사진을 통해 남대문로와 정동 일대, 경복궁과 창덕궁, 한양도성, 조선의 관리와 군인, 왕실 무용단 등 19세기 말 서울의 도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시각 자료로 담아냈다.
제5장은 총영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영국으로 돌아간 힐리어의 삶을 조명하며, 런던 킹스칼리지(현 SOAS)에서 중국어 교수로 활동한 학자이자 교육자로서의 행적과 그의 문학 작품을 소개한다.
제6장은 제임스 호어(James E. Hoare) SOAS 명예교수와 앤드루 힐리어(Andrew Hillier) 브리스톨대학교 명예연구원의 심층 논문 두 편을 수록해 학술적 깊이를 더했다.
신희권 서울시립대학교 박물관장은 “이번 학술총서는 주한 영국대사 콜린 크룩스(Colin Crooks)의 축사를 비롯해 영국국립문서보관소, 브리스톨대학교, 케임브리지대학교, 큐 왕립식물원 등 영국과 한국의 여러 기관의 협력으로 완성됐다”며, “특히 힐리어의 고손자인 앤드루 힐리어 박사가 직접 연구에 참여해 가문에 전해 내려온 미공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함으로써 자료적 가치가 한층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2028년 개교 110주년을 앞둔 서울시립대학교의 역사와 정신을 담아, 서울의 변화와 세계와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거의 기록을 오늘의 연구로 되살린 뜻깊은 시도”라고 덧붙였다.
학술총서 『힐리어의 시선, 조선의 시간』은 비매품으로, 전국의 국공립도서관과 대학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서울시립대학교 박물관 (02-6490-6586~8)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