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12.10 11:17
- 표면 도핑만으로 단일 나노시트에 p–n 동종접합 형성
- 0.1K 수준 민감도와 공정 단순성 동시에 달성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이우영 교수팀이 2차원 백금 디셀레나이드(PtSe₂) 나노시트에 ‘선택적 표면 전하 이동 도핑’ 기법을 적용해, 단일 재료 안에 p–n 동종접합 구조를 구현하고 이를 이용한 자가구동 고해상도 온도 센서를 구현했다.
이 센서는 외부 전원 없이도 0.1K 이하의 미세한 온도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높은 분해능을 가지면서도 제작 공정이 단순해, 차세대 초소형·집적 온도 센서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화학 기상 증착으로 성장한 5층 두께의 PtSe₂ 나노시트가 준금속 성질을 보이지만, 도핑을 통해 양극성 전도 특성을 억제하고 열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온 주입이나 플라즈마 처리와 같은 전통적 도핑 방법 대신, 물질 손상이 거의 없는 표면 전하 이동 도핑 방식을 도입했다.
한 장의 PtSe₂ 나노시트 왼쪽에는 전자를 공급하는 벤질 비올로겐(Benzyl Viologen)을, 오른쪽에는 전자를 빼앗는 매직 블루(Magic Blue)를 선택적으로 에어브러시로 분사해 도포함으로써, 각각 n형(전자 위주)과 p형(정공 위주) 특성을 지닌 영역을 한 장의 나노시트 안에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서로 다른 재료를 붙이지 않고도, 단일 2차원 재료 안에 p–n 동종접합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제작한 PtSe₂ p–n 동종접합 구조가 실제 온도 센서로 동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이크로 히터와 온도 센서 전극을 포함한 미세 소자를 제작했다. 히터 회로를 통해 나노시트 양쪽에 온도 차이를 만들고, 양쪽 전극 사이에 발생하는 열전 전압을 측정해 센서 성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도핑 이전에는 온도 차이를 주어도 열전 전압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으나, 선택적 도핑 이후에는 히터 전류가 증가할수록 열전 전압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뚜렷한 열전 응답이 나타났다. 이는 별도의 외부 전원 없이, 재료에서 발생하는 열전 전압만으로 실시간 온도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자가구동 고해상도 온도 센서가 구현됐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2차원 반도체에서 p–n 접합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던 기존 공정들이 복잡하고, 물질 손상이나 공정 비용 증가를 동반한다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팀이 활용한 표면 전하 이동 도핑 방식은 재료 합성 이후 상온에서 비교적 간단한 공정으로 수행할 수 있으며, 나노시트 내부 격자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도핑 농도와 영역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2차원 소재에 확장 적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p–n 동종접합 형성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우영 연세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구조와 공정이 칩 스케일 온도 센싱, 집적 회로의 열 관리, 바이오·의료용 미세 온도 모니터링 등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초박형·초소형 전자 소자 내부의 국소적인 발열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하는 차세대 전자기기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공학 분야 권위지인 ‘ACS Energy Letters(IF=19, JCR 4.1%)’에 11월 27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