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10.14 09:58
- 고이온전도도와 고전압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불화물계 고체전해질 소재 개발
- 스피넬계 고전압 양극의 계면 열화를 억제해 전고체전지 설계 한계 극복
- 연구 성과 국제 저명 학술지 Nature Energy에 게재
전고체전지 기술이 5V 고전압의 기술 장벽을 넘어서며, 차세대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개발에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정윤석 교수팀은 동국대 남경완 교수, KAIST 서동화 교수 공동연구팀과 함께 5V 이상에서 안정적으로 작동 가능한 전고체전지 설계 기술을 개발하고, 그 성능을 다양한 양극 시스템과 실제 배터리 셀 구조에서 입증했다.
전기 에너지는 전하량과 전압의 곱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고용량 전극이나 고전압 양극을 적용하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 두 가지를 병행하면 그 효과는 더 커진다. 문제는 ‘5V’ 이상의 전압에서 전해질이 불안정해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지는 4V 근처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 한계는 전고체전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 왔다.
정윤석 교수팀은 이번에 새롭게 설계한 불화물계 고체전해질인 LiCl–4Li2TiF6(상온 기준 1.7 × 10-5 S/cm의 높은 이온전도도)를 도입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해당 고체전해질은 5V 이상의 높은 산화 안정성과 함께 이온전도도까지 동시에 확보했으며, 특히 5V급 스피넬계 양극재(LiNi0.5Mn1.5O4 등) 표면에 보호층으로 적용돼 전기화학적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불화물계 고체전해질의 활용 가능성을 다양한 전지 시스템에 적용해 폭넓게 검증했다. 대표적으로 LiCoMnO4 및 초저가형 LiFe0.5Mn1.5O4 등 다양한 고전압 스피넬계 양극재에 적용해 우수한 성능을 확보했으며,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용량(258mAh/g)을 구현한 저전압 확장 시스템, 일반 전극보다 약 10배 두꺼운 1.8mm 고에너지밀도 전극, 상용화에 가까운 파우치형 전고체전지에서도 탁월한 안정성과 출력 특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또한 연구팀은 삼원계(NCM) 및 리튬과잉 망간계(Li- and Mn-rich) 층상계 양극재에도 해당 보호층 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불화물계 보호층 기술의 실용성과 범용성, 그리고 산업 적용 가능성을 모두 확인했다.
이러한 성능 입증을 위해 연구팀은 방사광 기반의 X-선 정밀 분석과 분자동역학 계산화학을 접목해 물질의 정밀구조와 이온전도 향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특히, 고체전해질 표면에 형성된 고농도의 리튬 삽입 불화물 구조가 이온전도성 향상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구조는 전극-전해질 계면에서의 전기화학적 열화 현상을 억제함으로써 전고체전지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계면 불안정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앞서 정윤석 교수팀은 2021년과 2023년에 발표한 논문과 특허에서 기존의 값비싼 희토류 대신 저비용이면서도 풍부한 자원인 Zr(지르코늄) 기반 염화물 및 그 확장형 나노복합체 고체전해질을 제시해 전고체전지 양산 가능성을 앞당길 원천기술로 큰 주목을 받았다(Adv. Energy Mater. 2021, 11, 2003190, Nat. Commun. 2023, 14, 2459).
이번 LiCl–4Li2TiF6 불화물 고체전해질 연구는 이전에 개발한 저가 염화물에 불화물을 결합해 구현한 것으로, 기존 성과를 한 단계 도약시킨 결과물이다. 이로써 연구팀이 축적해온 특허와 연구 성과는 향후 전고체전지 산업에서 지식재산(IP) 기반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의 기술 사업화로 이어질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윤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신소재의 개발을 넘어 고전압 전고체전지 구현을 위한 설계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향후 전고체전지의 상용화를 가속할 수 있는 핵심 기반 기술이자, 최근 제기되고 있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안전성 우려 속에서 돌파구로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세대 손준표 박사과정생, 박주현 박사, 동국대 김해용 석사과정생, KAIST 김재승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Nature Energy 10월 3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