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10.01 14:04
– 화학적으로 불가능하던 2D 페로브스카이트 층간 비틀림 구조, 세계 최초 합성
– 분자 리간드 설계만으로 새로운 양자 물성 제어 가능성 입증
연세대학교 화학과 양종희 교수 연구팀이 미국 테네시대학교,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화학적 원리만으로 층간이 자연스럽게 비틀린 이차원(2D)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합성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화학 및 소재 합성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Nature Synthesis(IF 20.0)’ 9월호에 게재됐다.
2D 페로브스카이트는 양자 구속 효과에 의해 독특한 전자·광학적 특성을 보이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발광소자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소재는 금속 및 할로젠 이온으로 이루어진 무기물 격자가 유기물 기반 분자 리간드에 의해 2차원 구조 안에 제한되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어떠한 분자 리간드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물질의 특성 및 합성 과정이 크게 변화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부피가 작고 단순한 분자 구조의 유기 물질만 리간드로 사용해 합성됐고, 이에 따라 발현되는 물질의 특성도 이미 알려진 범위에 머물렀다. 반면 부피가 큰 분자는 입체적 충돌(steric hindrance) 때문에 안정적인 2D 구조 형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부피가 큰 3,3-디페닐프로필암모늄(DPA) 분자를 리간드로 도입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합성이 어려웠으나, 로봇 기반의 고처리량 자동화 소재 합성 기법을 활용해 크기가 원자 수준으로 작은 양이온들을 다양한 비율로 정밀하게 섞어주면서 2D 페로브스카이트 합성을 시도했다. 다양한 조건을 조합한 결과, 소량(5~7%)의 이온이 첨가됐을 때 기존에 변화가 없던 용액에서 결정이 형성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큰 리간드가 인접 공간에서 강한 압력을 유발해 결정화가 억제되지만, 작은 분자가 일부를 치환하면 압력이 완화돼 2D 결정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가설을 입증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소재의 밴드갭 조절 현상도 관찰돼, 리간드 구조 설계가 물성 제어의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새로운 현상도 확인됐다. 새롭게 합성된 2D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은 층간 원자 배열이 어긋나면서 모아레 초격자(Moiré superlattice) 패턴을 나타냈다. 즉, 결정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층간 비틀림(Twisted stacking)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기존 2D 소재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탑-다운 방식의 전사(Transfer) 공정 등 복잡한 물리적 방법이 필요했지만, 이번 연구는 분자 리간드의 입체화학적 특성만으로도 비틀림 구조를 화학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흔히 꿈의 신소재라고 부르는 그래핀의 경우 특정 각도로 비틀어 쌓았을 때 초전도 현상이 발현된다는 연구가 2018년 처음 보고된 이후, 층간 비틀림은 양자 물성 연구의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성과는 2D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에서도 화학적 접근만으로 비틀림 구조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초·응용 과학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는 화학적 직관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비전형적 구조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처리량 자동화 실험을 통해 물질의 합성 원리를 찾고, 나아가 비틀림 구조 형성의 재현성을 입증함으로써, 분자 리간드를 활용한 구조 제어가 실질적인 연구 전략임을 입증했다.
양종희 연세대 화학과 교수는 “그래핀의 사례에서 보듯 층간 비틀림은 단순한 구조적 변화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양자 물성을 여는 중요한 열쇠”라며 “이번 연구는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에서 화학적 접근을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여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논문 정보)
1. 논문 제목: Ligand-induced self-assembly of twisted two-dimensional halide perovsk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