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학원, PBF 특별대담에 모인 3인의 실천 지성 “인류 위기의 근원은 인간 의식의 한계”

경희학원, PBF 특별대담에 모인 3인의 실천 지성 “인류 위기의 근원은 인간 의식의 한계”

입력 2025.09.25 14:02

- 제44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 성료
- ‘혼돈의 순간: 행성 의식과 미래 정치’ 주제로 세계적 석학·학계·시민사회·미래세대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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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경희학원이 9월 19일(금)과 20일(토) ‘제44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을 개최했다. 19일 오전 진행한 특별대담에서 나오미 오레스케스 하버드대 석좌교수,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현재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았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특별대담에서 지구적 난제의 근본적 원인을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찾았다. 그는 행성 의식을 내면화해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치적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법인 경희학원(이사장 조인원)이 9월 19일(금)과 20일(토) 양일간 ‘제44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PBF)’을 개최했다. ‘혼돈의 순간: 행성 의식과 미래 정치(The Moment of Chaos: Planetary Consciousness and Future Politics)’를 주제로 열린 이번 PBF에는 세계적 석학과 시민사회, 미래세대가 함께 모여 인류가 직면한 전례 없는 위기와 문명 전환에 관해 깊이 있는 통찰과 해법을 모색했다. 
현실 살피며 문명 전환 방향 타진한 특별대담
19일(금) 오전 기념식 이후 진행된 특별대담이 이번 PBF의 하이라이트였다. ‘혼돈의 순간, 행성 의식과 미래 정치의 활로(The Moment of Chaos, The Future of Planetary Politics)’를 주제로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하버드대학교 과학사학과 석좌교수, 존 아이켄베리(John Ikenberry) 프린스턴대학교 국제정치학과 석좌교수(경희대학교 ES),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이 대담자로 나섰다. 송재룡 경희대 특임교수(전 대학원장)가 사회를 맡았다. 3인의 실천 지성은 2020년 제39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 PBF에서도 대담을 진행하며 당시의 현실을 진단하고 위기 극복에 관해 논한 바 있다. 이번 특별대담은 2020년 이후 5년 동안 변화된 현실을 살피고 문명 전환의 방향을 새롭게 타진하는 자리였다.
대담자들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과 ‘새로운 행성적 상상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인류 위기의 근원’, ‘새로운 미래 정치의 방향’, ‘행성의식과 지구적 상상력의 중요성’ 등의 큰 주제에 관한 서로의 의견을 공유했다. 대담은 조 이사장이 던진 근본적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조 이사장은 기후 위기, 기아와 빈곤, 균열의 현실 정치, 파괴적 과학기술과 핵 대전의 가능성 등 지구 행성의 위기가 결국 인간 의식에 의한 문제임을 밝혔다. 조 이사장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인간 의식, 시대의 대세를 이루는 집단의식의 결과다. 그 의식의 흐름에 국한해 세계를 보게 되면 인간은 자신인 스스로 만든 ‘인위적 틀과 구조’에 갇힐 수 있다. 최근 몇몇 국가의 핵무기 사용 불사 발언도 그중 하나다. 경제와 자국 우선 논리의 틀에서 그 발언은 피상적으로 보면, 합리적인 선택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말이 현실화된다면 어떨까. 말 그대로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라면서 “우리 스스로 근대적 사유 방식의 한계를 성찰하면서 인식의 지평을 개인·사회·국가를 넘어 ‘행성적 차원’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것이 시대 전환을 꾀할 유일한 역사의 동력일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오레스케스 교수, “현재 자본주의·물질주의가 근본 원인, 인류의 탐욕이 지구 생태계 파괴, 불평등 심화”
오레스케스 교수는 조 이사장 의견에 공감하며 현대 자본주의와 물질주의를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 진단했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무분별한 경제 성장과 물질적 풍요에 대한 끝없는 탐욕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제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사회에서는 경쟁이 미덕으로 여겨지지만 이러한 사고가 공존과 협력을 방해하면서 위기를 초래한 점을 강조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한계에 주목했다. 이 질서가 냉전 시기에는 평화와 경제 성장에 기여했지만, 기후 변화나 팬데믹과 같은 국경을 초월하는 범지구적 문제에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미래 정치’를 제시했다. 새로운 국제질서에 관한 사회자 질문에 아이켄베리 교수는 “기존 국제기구를 전면 부정하기보다, 이들을 재구성하고 강화하며 ‘지구적 공동 목표’를 위한 새로운 규범과 의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새로운 국제질서, 새로운 정치는 단순히 국가 간의 협력을 넘어 지구 전체의 번영을 위한 패러다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새로운 정치의 핵심 가치를 ‘공감(empathy)’과 ‘협력(cooperation)’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경쟁을 통해 이득을 얻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공감과 협력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학자와 지식인이 단순한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위기의 심각성을 대중이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진정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말하기보다 경청에 힘을 쏟을 때 가능하다”며 이성적 대화 공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조 이사장, “새로운 정치는 인간 중심적 사고 벗어나 
인간과 문명·생명·행성의 평화 고려하는 ‘행성 의식’ 내면화에서 출발”
조 이사장은 근본적 문제에 집중했다. 그는 인류가 그동안 인간 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정치 또한 인간의 이익과 경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정치는 ‘인간과 문명의 평화’, ‘인간과 생명의 평화’, ‘인간과 행성의 평화’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행성 의식’의 내면화에서 출발한다고 봤다. 조 이사장은 이런 의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치적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고 했다. 
대담을 진행하며 세 실천 지성은 ‘행성 의식’과 ‘지구적 상상력의 쇄신’을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팬데믹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인류가 ‘우리는 모두 지구의 시민이며,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은 점을 언급했다. 이 깨달음은 개인의 삶 속에서 행성 의식을 내면화하고, 일상의 실천으로 공동체와 지구적 연대를 새롭게 짜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현재의 국제질서가 직면한 혼돈 속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후 변화 운동과 같은 새로운 연대와 시민운동이 확산하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래 정치는 엘리트나 국가 지도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의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위계 구조를 넘어, 시민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정치 형태에 대한 기대감의 표시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행성적 상상력’이 과학 기술적 해결책 모색을 넘어 인간이 가진 이야기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왜 위기에 처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되,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끌어낼 새로운 서사를 창조해야 한다는 말이다.
“거대한 위기 속, 희망 잃지 않아야”…행성 의식 바탕으로 행성적 연대 가능성 확인 
거대한 위기의 심각성을 말하면서도 대담자들은 희망의 담론을 이어갔다. 이들은 대담 마무리에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가 새로운 문명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조 이사장은 “이번 대담이 행성 의식과 미래 정치에 대한 통찰을 넓히고,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여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오레스케스 교수와 아이켄베리 교수는 PBF가 인류 미래를 위한 깊은 성찰과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며, 행성 의식에 바탕을 둔 새로운 행성적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특별대담에 앞서 진행된 기념식은 △유엔 세계평화의 날 제정 배경 및 경과보고 △기념사(조인원 이사장) △기조연설(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조 이사장은 기념사 ‘혼돈의 순간, 전일적 실존의 활로(The Moment of Chaos: A Quest for Holistic Engagement)’에서 기후, 핵, UAP(미확인 공중 현상) 등 인류가 맞닥뜨린 실존적 위기가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전면적·총체적 위기임을 지적하며, 이를 하나의 통합된 문명사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가 지구의 주인도, 지배자도 아니라는 행성 의식으로의 전환이 위기 극복의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오레스케스 교수는 ‘글로벌 사회에서 행성 사회로: 미래 문명의 새 항로를 찾아’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현대 물질주의와 자본주의를 다면적 위기의 근본 원인임을 지적하며 과학적 지식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기후 변화와 같은 복잡한 문제의 해결에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새로운 기술이나 제도의 도입만이 아니라 위기를 대하는 근본적 자세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한 이야기였다.
같은 날 오후에는 디 엘더스(The Elders, 제1회 미원평화상 수상 기관)와 로마클럽(The Club of Rome) 등 8기 기관이 참여한 라운드테이블과 바츨라프 하벨 철학과 실천을 돌아보는 하벨 다이얼로그로 이어졌다. 다음날인 20일(토)에는 10개 시민사회·학생 단체가 참여한 기념행사와 콜로키엄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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