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레메디아 연구단, '정치위기 보도와 시민 정신건강' 첫 공식 세미나 성료

서강대 레메디아 연구단, '정치위기 보도와 시민 정신건강' 첫 공식 세미나 성료

입력 2025.09.22 11:28

- 전문가 13인이 모색한 회복의 길

▲ 1부 현장 사진
▲ 폐회 후 기념촬영 현장
서강대학교(총장 심종혁) 레메디아 연구단(단장 조재희)은 지난 11일 ‘정치위기 보도와 시민 정신건강: 분열과 연대의 광장에서 회복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한 기획세미나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성료했다고 밝혔다. 서강대학교 레메디아 연구단과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신동진)가 공동주최하고 방송문화진흥회가 공동후원한 이번 세미나에는 학계·공공의료계·정치권 인사 13명이 패널로 참여했다. 12·3 비상계엄 보도의 영향과 정신건강 지원 방안을 다각적으로 다루는 공식 세미나로는 첫 자리였다.
시민 반응, 유튜브 등 미디어와 연결…감정적 변화와 정치 참여 의지 동시 발현 현상 포착
세미나 개회사에서 조재희 서강대 레메디아 연구단장은 계엄 당시 직접 경험한 감정 변화를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감정 변화가 미디어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라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던지며 세미나의 취지를 환기했다.
첫 발표에서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와 고은지 게임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유튜브를 통한 언론 보도가 시민들의 정신적 혼란을 증폭시켰지만, 시민의 감정적 반응만이 아니라 정치 참여 의지가 동시에 발현되는 긍정적 현상 역시 드러났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 발견…정치위기시 유튜브의 힐링 효과 vs 킬링 효과에 대한 우려
두 번째 발표자인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미디어 사용을 통한 공감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밝혔다. 이는 계엄이라는 정치 위기 시 미디어가 정신건강에 긍정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경험적 연구로는 국내 첫 사례에 해당한다. 그에 따르면, 미디어를 통한 정서적 공감은 무의미한 감정 소모가 아니라 정치 위기 시 상황에 대한 판단과 미래 전략에 대한 대비를 통해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공감과 연대는 기존 소셜 미디어 기반 연결성 및 사회적 지지와는 구분되는 구체적인 정치 전략으로서 기능한다. 이 전략적 행위에 대한 희망은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토론자들 간에는 다양한 시각이 제시됐다. 김정남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미디어가 국지적 관점에서는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생각의 방향과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에 의해 자기 확신이란 것은 더 강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 관점에서는 국내 분열을 촉진할 수도 있다”라고 보았다. 
백혜진 한양대 에리카 언론정보대학 교수는 “정치 위기가 누구의 편이냐에 따라 정신건강을 해치는가, 안정시키는가에 대한 답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또한 ‘내집단에서의 연대를 과연 우리가 긍정적인 정신건강이라고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내집단이 아닌 집단 간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감정들을 어떻게 완화하면 좋겠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든다”라고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전 의원은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최근의 정치 위기는 계엄”, “윤어게인을 외치시는 분들·탄핵에 반대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정치 위기는 탄핵, 혹은 이재명 정부의 출범”일 것이라고 말하며, “‘정치 위기라고 하는 같은 단어가 전혀 다른 사실을 지칭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정치 위기다’라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공감을 통한 연결감’이 사회에 대한 신뢰, 안전감을 약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당부했다. “지금 내가 가지고있는 정보 상으로는 나의 의견이 이렇지만 얼마든지 나의 판단도 바뀔 수가 있다. ‘바뀌어도 된다’라는 유연성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감의 역설’을 다룬 책 내용도 함께 소개했다.
제대로 된 미디어라면
심 센터장은 공감의 역설 현상이 본능적이고 1차원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미디어가 그런 것에 대한 견제 역할·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위기를 이겨내는 롤모델 역할을 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수민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오프라인(대면)·레거시미디어(주류언론)·유튜브 등 미디어·SNS 기반 톡방들로 대별되는 오늘날 주요미디어들을 열거하면서,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어디서 무엇을 해야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고민의 주요 틀로, ‘신뢰성’·‘선정성’·공동체와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 ‘감정의 다양성’을 제시했다.
이창준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는 챗봇 연구 사례를 거론하며, 언론이 감정적이기보다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보도했을 때 시민 정신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논했다. 
김정남 카이스트 교수는 메가톤급 이슈는 대개 미디어의 불쏘시개 효과(stoking fire)를 수반하며 오래 보도되기 때문에, ‘종결 욕구(need for closure)’를 가진 시민들은 피로감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백혜진 한양대 에리카 언론정보대학 교수는 긴급 상황에서 보도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이 중요하다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실제 그런 가이드라인은 이미 매우 많이 존재하므로 ‘어떻게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서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으로 활용되기까지 오래 걸렸었지만 지금은 잘 활용되는 사례로 보여진다”며 “이런 가이드라인을 벤치마킹 삼아서 어떻게 현장에서 잘 활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잘못된 정보 정정의 주요주체 중 하나로 미디어를 꼽으며, “독립적이고 자율적이지만 전문성을 가지고, 가장 중요하게 책임성을 가지고 정보를 정정하는 효과를 어떻게 가장 높일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책임 주체로서의 미디어 이외 요인 논의, 의원들·정일권 교수 간 시각 차 두드러져
의원들과 정일권 광운대 교수 간의 시각 차는 선명한 편이었다. 장혜영 정의당 전 의원은 “보도가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라는 윤호영 교수의 관점에 공감을 표한 뒤, “정치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최대의 주체가 다름아닌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정치 위기를 예방하지 못해 죄송하다라는 얘기도 중요하다”라고 보았다. “이런 얘기를 해야 계엄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 논의할 시간에 중요한 얘기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장 의원은 극단적인 진영정치로 인해 여러 위기들이 있었다며, “그 진영에 기대어서 진영논리를 강화하는 정치인들의 발언들·기획들이 점점 더 정치 양극화 상황을 조장하는 문제, 없는 위기를 만들며 그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인 동력으로 삼는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채 정치인들이 정치 보도를 문제삼거나 미디어의 책임을 더 크게 얘기하는 것은 양심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일부 미디어의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이 양성하고 있는 극단적인 진영 정치인 것으로, 이것이 결국 정치인들도 괴롭히고 그 문제가 시민들한테도 전달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정당을 떠나서 모든 정치인들이 새로운 정치 질서를 형성하는 데 노력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이에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정치 위기를 야기한 정치인들의 잘못을 이 시점에서 언급하는 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미있는가, 또한 ’미디어’를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란 요지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나아가, 미디어를 이용하는 주체인 이용자에게 선택의 길을 제시하는 정도에서 언론에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야한다는 의견을 펼쳤다.
또한 당위론적인 논의도 좋지만 기준을 세웠을 때 그 기준이 과연 현실적으로 모든 미디어에 적용이 가능한 것인가도 생각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책임요구가 가능한 전통미디어가 아닌 유튜브에 대해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떤 기준을 만든다고 해도 유튜브는 그 기준에 따라서 변할 수가 없고, 변해서도 안된다. 그게 가능해지는 순간, 유튜브에서 개인이 지닌 자율권이 침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차원의 미디어에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내 마음에 위로가 되는 말을 찾아서 하는 이용자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할 필요가 있다”며 “미디어가 이용자들한테 안좋은 평을 받더라도, 심지어 욕을 듣더라도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 규범을 따르도록 학자들이 서포트를 해야될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계엄과 같은 정치 위기가 팬데믹 위기 이상으로 감정 촉발을 많이 시킬 수 있지만, “그런 위기 상황에서 어떤 뉴스가 보도되면 평소에 비해 감정이 촉발되기 때문에 이게 보도의 문제인지 사안의 문제인지를 또한 잘 구별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제언했다. 뿐만 아니라 이 감정 촉발에 관해 논의할 때에는 시간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시기를 세밀히 고려했을 때 우리에게 주는 함의가 많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백혜진 한양대 에리카 언론정보대학 교수는 언론실무가 타자에 의해 규제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자율적인 규제와 책임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정치유튜버의 경우,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압박과 여론 형성을 통해 자정되는 과정을 거쳐야 된다”라며 ”이 부분이 사실 제일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회의원들을 언급하며, 이러한 여러 차원에서의 개선 가능성도 “정책적 지원과 제도가 없으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폐회 후에도 계속된 논의…윤호영 교수, 사회 통합과 분열은 질의 문제로 봐야
이번 세미나에는 청중 질문에 패널들이 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1·2부 좌장을 맡은 나은영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교수는 ‘위기 자체가 사람을 힘들게 하는데 최소한 미디어가 이 위기를 더 증폭시키거나 왜곡시키지는 않아야 사람들이 잘 적응해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밝히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백혜진 한양대 교수는 “정치 위기도 그렇고 정신건강도 그렇고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데, 그 두 가지를 엮어서 다양한 논의를 하는 중요한 자리였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부분, 긍정적인 부분이 같이 결합되어 다뤄졌기에 좋은 배움의 기회였다”고 세미나를 평했다. 한 청중은 “대가들의 말씀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했는데, 평소 좋아하던 의원님까지 가까이에서 뵐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폐회 뒤에도 논의는 이어졌다. 발제자 윤호영 교수는 나치나 미국의 트럼프 지지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통합에서 비롯된 개인의 위안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할 리 없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는 미디어를 통한 사회 통합과 분열의 문제를 결속 여부보다는 질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함을 보여준다. 사전·현장 등록 인원 합산 결과는 총 6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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