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은 닮았지만 빛 반응은 정반대” 연세대 김우재 교수팀, 유기 분자의 숨겨진 야누스적 성질 밝혀

“모양은 닮았지만 빛 반응은 정반대” 연세대 김우재 교수팀, 유기 분자의 숨겨진 야누스적 성질 밝혀

입력 2025.08.22 10:06

- 연세대–한양대–베를린 자유대 공동연구팀, 회전 이성질체의 상반된 광물리 특성 규명
- 미세한 구조 차이만으로 전하 이동·에너지 전달 방식 달라지는 원리 제시
- 차세대 유기 발광·태양전지 소자 설계에 활용 기대

1. 연세대 화학과 강병주 통합과정생(제1저자), 김재욱 통합과정생(공동저자), 최현우 통합과정생(공동저자), 김우재 교수(교신저자)
2. 안트라센 이합체, TPBA의 야누스적 광물리 성질에 관한 개요
연세대학교 화학과 김우재 교수 연구팀(제1저자: 강병주 통합과정, 공동저자: 김재욱·김현우 통합과정)은 한양대학교 김형준 교수팀, 독일 베를린 자유대 Naitik A. Panjwani 박사 연구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동일한 유기 분자가 회전 이성질체 구조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빛 반응(광물리적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번 성과는 유기 광전자 소자의 효율을 결정짓는 분자 간 상호작용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제시한 것으로, 관련 논문은 종합 화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IF 16.9)’에 2025년 7월 8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이합체 유기 분자는 두 개의 발색단(Chromophore)이 서로 연결된 구조로, 발색단 간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모델 시스템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전하 이동, 에너지 전달, 엑시톤 소멸, 단일항 분열 등 다양한 광물리적 현상의 핵심을 이룬다.
하지만 이들 분자는 구조적으로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어,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회전 이성질체’가 존재하게 된다. 겉보기엔 거의 동일한 구조지만, 미세한 차이로 인해 이성질체별로 빛에 대한 반응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분자의 설계나 특성 해석 과정에서 오차나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고자 연구팀은 9,9′,10,10′-테트라페닐-2,2′-바이안트라센(TPBA)이라는 모델 분자를 선택했다. 이 분자는 단일결합 회전에 의해 두 가지 형태(syn-TPBA,  anti-TPBA)로 존재할 수 있으며, 이 두 구조는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방식이 정반대에 가까운 ‘야누스(Janus)-형’ 특성을 보인다.
연구팀은 양자화학 계산을 통해 두 이성질체가 서로 다른 엑시톤 상호작용 특성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하가 이동하는 거리에서는 비슷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의 전자 결합 방식은 전혀 달랐다. syn-TPBA는 H형 결합 특성을, anti-TPBA는 J형 결합 특성을 나타낸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여기 파장에 따른 정류 상태 및 시간 분해 광발광, 순간 흡수, 시간 분해 전자 상자기 공명 분광법 등 다양한 분광 기법을 종합적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anti-TPBA는 syn-TPBA보다 강한 빛을 방출하고, 반응 속도는 더 빠르지만 전하 이동 능력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 회전 이성질체는 삼중항 엑시톤을 생성하는 방식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극성이 낮은 용매 환경에서는 두 분자 모두 빛에 에너지를 흡수한 뒤 전자의 스핀 상태가 바뀌는 ‘계간전이’ 과정을 거쳐 삼중항 엑시톤을 형성했다. 하지만 극성이 높은 용매에서는 anti-TPBA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반대로 syn-TPBA는 여전히 삼중항 엑시톤을 활발히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극저온에서 진행한 정밀 실험 결과, 두 분자가 삼중항 상태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경로도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anti-TPBA는 일반적인 ‘스핀-궤도 계간전이(SO-ISC)’ 방식, syn-TPBA는 ‘전하 이동 기반의 스핀-궤도 계간전이(SOCT-ISC)’ 방식으로 작용해 미세한 분자 구조 차이가 빛 반응 메커니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입증됐다.
김우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자의 미세한 구조 차이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광물리적 특성에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라며, “그동안 간과됐던 회전 이성질체의 중요성을 조명하고, 분자 설계 시 구조의 이질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강병주 연구원은 "발색단 핵심 구조에 전략적인 치환을 통해 입체적 환경을 조절하면 특정 형태의 이성질체를 선택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이 방식은 원하는 광물리적 특성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유용해 고효율 유기 광전자 소자 개발에 중요한 분자 설계 기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번 연구는 유기 분자의 ‘구조-특성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고성능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유기 태양전지, 광센서 등 차세대 유기 광전자 소자 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과제(과학기술정보통신부), G-LAMP 사업(교육부),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포스코청암재단)의 재정적 지원 및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팅 자원 사용에 대한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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