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8.21 10:18
- 고체전해질계면층(SEI) 열분해 반응 정량 분석 -
- BK21 FOUR 지원으로 MIT 방문연구... 배터리 화재 예방 기반 마련 -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출발점이 되는 고체전해질계면층(SEI, Solid Electrolyte Interphase)에서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물질별로 정밀 분석한 국제 공동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에너지 소재 분야 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터리얼스(Energy Storage Materials, IF 20.2)’에 8월 14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홍종섭 교수와 미국 MIT 기계공학과 Ahmed F. Ghoniem 교수가 공동으로 이끌었으며, 김민욱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김 박사는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MIT에서 방문연구를 수행하며 이번 성과를 완성했으며, 국제 공동연구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리튬이온전지(LIB)는 고에너지 밀도를 바탕으로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전력 저장 장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내부 물질 간 발열 반응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일어나 화재 및 폭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최근 연구를 통해, 이러한 열폭주의 시발점이 양극에서의 산소 방출이 아니라, 고체전해질계면층의 분해 반응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체전해질계면층은 전지 음극 표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얇은 보호막으로, 리튬이온의 이동은 가능하게 하면서도 전해질과 음극재의 직접 접촉을 차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유기·무기 화합물이 복합적으로 구성돼 있어 각 성분이 어떤 온도에서 어떤 반응을 통해 분해되며 열폭주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정량적 정보는 부족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상업용 전해질 염(LiPF₆)과 고체전해질계면층의 주요 구성물질인 리튬메틸카보네이트(LMC), 리튬에틸렌모노카보네이트(LEMC), 리튬카보네이트(Li₂CO₃)를 각각 고순도로 합성하고, 이들을 조합해 반응시켰다.
연구진은 ATR-FTIR, NMR, XPS, TGA-MS, DSC 등 다양한 분석 기법과 MIT의 고성능 분석 기술을 활용해 고체전해질계면층 구성물질이 전해질 염의 분해 산물인 PF₅와 만나면서 유독가스(POF₃)를 방출하고, 중간 생성물을 거쳐 최종적으로 Li₄P₂O₇으로 전환되는 단계별 반응 경로를 정량적으로 규명했다.
특히 Li₂CO₃는 60℃ 이하에서도 발열 반응을 시작했으며, 가장 높은 열 발생량을 보였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100℃ 이하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시작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사례다.
이번 연구는 고체전해질계면층을 단일한 보호막으로 보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구성물질별 반응성을 분자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크다. 또한 분석 결과는 향후 ▲고안전성 전해질 설계 ▲첨가제 개발 ▲열폭주 저감 알고리즘 구현 ▲배터리 시뮬레이션 모델 구축 등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산업계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전해질 염과 고체전해질계면층 사이의 실제 반응 경로를 실험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상업용 배터리 시스템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혜안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연구를 이끈 연세대 홍종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지 내부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화학반응이 무엇인지, 그 반응이 어떤 경로를 통해 열과 유독가스로 이어지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명확히 정리한 첫 사례로, 배터리 화재의 초기 징후를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핵심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BK21 FOUR 사업의 장기적 지원과 MIT 연구진과의 국제 공동연구가 중요한 시너지를 만들어낸 성과이며,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보다 복합적인 실제 전지 시스템을 반영한 메커니즘 규명까지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우수신진연구자지원사업’과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논문 정보)
1. 논문명: Primary exothermic reaction pathways between solid electrolyte interphases and electrolytes during the onset of thermal runaway in lithium-ion batt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