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지평선 망원경, M87 블랙홀 그림자 고리의 비대칭 이유 밝혀내

사건 지평선 망원경, M87 블랙홀 그림자 고리의 비대칭 이유 밝혀내

입력 2025.07.10 14:00

- 블랙홀의 회전 아닌 주변 난류 물질 때문 -

(왼쪽부터) 조일제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박사후연구원, 로한 다할레 안달루시아 천체물리학연구소 연구원
연세대학교 연구원이 참여한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 공동연구그룹이 M87* 블랙홀 그림자의 타원형 모양을 밝혀낸 결과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됐다. 연구를 주도한 조일제 연세대 박사(한국천문연구원)와 로한 다할레 스페인 안달루시아 천체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은 블랙홀 그림자의 고리 모양이 원형에서 벗어나는 주된 원인이 블랙홀의 중력이나 회전이 아니라 주변의 난류성 플라즈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에 EHT 공동연구그룹이 M87* 블랙홀 그림자의 첫 번째 이미지를 공개한 이후로 과학자들은 그 고리의 약간 늘어진 모양의 원인을 밝히고자 해왔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의 그림자는 블랙홀 회전에 의한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에 약간 찌그러진 타원형 형태가 될 것으로 예측되며, 따라서 이 타원율을 측정하는 것은 블랙홀의 회전을 밝히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EHT 망원경에 그린란드 망원경을 새로 추가해 관측을 수행했다. 그 결과 이전 관측에 비해 측정 정밀도가 3~5배 향상됐으며, 원에서 약 8% 벗어난 구조를 얻을 수 있었다. 완전한 원이 아닌 타원 모양의 블랙홀 그림자 구조를 확인한 것이다. 이 타원은 북쪽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50도 기울어져 있으며, 고리 위에서 가장 밝은 부분의 방향과도 잘 정렬돼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타원 구조는 정말로 블랙홀의 회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이 의문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관측 결과를 블랙홀의 회전과 다양한 물리적 매개변수를 포괄하는 이론 시뮬레이션과 비교했다. 그 결과, 관측된 타원율이 블랙홀의 회전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고, 타원율은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오는 제트를 가지는 모델과 상관관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 현재 우리가 보는 블랙홀 그림자의 고리 모양은 중력의 영향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블랙홀 주변 물질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일제 연세대 박사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기존 예측과 달리 M87* 블랙홀 그림자의 타원율이 블랙홀의 회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한계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차세대 관측 시설을 통해 주변 플라즈마에 의한 효과보다 훨씬 더 미세한 중력 효과를 포착해내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위치한 전파천문대를 포함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수년간의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단기적이고 무작위한 난류의 영향을 완화하고, 현재 가려진 미세한 중력의 왜곡을 포착하는 것이 있다. 또한 우주 망원경을 포함하는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관측을 통해 블랙홀 주위를 여러 번 공전한 후 탈출하는 빛이 형성하는 얇고 안정적인 구조인 ‘광자 고리’를 직접 분해할 수도 있다. 이 고리는 난류의 영향 없이 더 순수한 중력 신호를 전달해 블랙홀의 회전을 측정하기에 이상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로한 다할레 연구원은 “우리는 차세대 EHT(ngEHT) 관측과 우주 망원경 미션을 통해 블랙홀의 진정한 중력 신호를 분리하는 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관측 이미지에서 블랙홀의 회전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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