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연구진, “제한된 AI 사용이 물리학 학습 성과 더 높여”.... 흥미로운 연구결과 발표

세종대 연구진, “제한된 AI 사용이 물리학 학습 성과 더 높여”.... 흥미로운 연구결과 발표

입력 2025.06.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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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리학 교육 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세종대학교(총장 엄종화) 교육혁신처 장혜원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은 AI 도구의 '제한적 접근'이 오히려 팀 기반 물리 학습에서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흥미로운 발견을 보고했다.
이번 연구는 ChatGPT를 활용한 협력적 물리 문제 해결 과정을 분석한 것으로, 『New Physics: Sae Mulli』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학부생 14명을 대상으로 네 가지 다른 AI 접근 조건에서 팀 물리 문제 해결 과정을 관찰했다.
연구의 핵심 발견은 직관과 반대되는 결과였다. 무제한 AI 접근을 허용한 그룹보다 구조화된 제한 조건 하에서 AI를 사용한 그룹들이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통제군(AI 미사용)은 8%의 성과 향상을 보인 반면, 무제한 AI 접근 그룹은 17% 향상에 그쳤다. 하지만 공유 기기를 사용한 그룹은 34%, 10분 토론 후 제한적 AI 사용 그룹은 31%의 놀라운 향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AI 도구 도입이 팀 내 상호작용 패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점도 발견했다. 모든 AI 사용 그룹에서 언어적 상호작용이 약 45% 감소했지만, 구조화된 접근 조건에서는 발화의 길이와 복잡성이 증가해 더 심도 있는 토론이 이루어졌다.
특히 제한적 AI 접근 그룹에서는 메타인지적 발화(자신의 사고 과정에 대한 성찰)가 3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제한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더 신중하게 사고하고 협력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진이 분석한 ChatGPT 사용 패턴도 흥미롭다. 무제한 접근 그룹은 주로 문제를 그대로 복사해서 묻는 단순한 질문(58.8%)을 많이 했지만, 제한적 접근 그룹은 복합적이고 독립적인 질문(66.7%)을 더 많이 제기했다.
이는 제한된 환경에서 학생들이 AI와 더 전략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단순한 답 찾기보다는 개념적 이해를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혜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 도구를 교육에 도입할 때 '얼마나 많이 사용하느냐'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팀의 AI 활용은 전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교육 현장에서 AI 도구 사용 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구조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한된 시간동안 팀이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에서 무제한적 AI 사용은 오히려 학습자 간의 협력을 저해하고 피상적인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급속히 발전하는 생성형 AI 시대에 교육계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AI는 단순히 정보 제공 도구가 아니라, 학습자의 사고 과정과 협력 패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매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물리학과 같이 개념적 이해와 논리적 사고가 중요한 STEM 분야에서는 AI 도구의 교육적 활용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번 연구는 '기술 중심'이 아닌 '학습자 중심'의 AI 통합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세종대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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