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3.25 09:33
| 수정 2025.03.25 16:41
- 소듐 이온 전처리로 바나듐 양극 구조 안정화... 고속·장수명 아연 이온 배터리 구현 -

동국대-한양대 ERICA-포항가속기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수계 아연 이온 배터리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양극 소재를 개발했다. 바나듐 기반 소재에 소듐 이온을 사전 삽입해 층간 구조를 안정화함으로써, 10,000회 이상의 충·방전에도 성능 저하 없이 작동하는 고속·장수명 배터리 구현에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전기차, IoT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
동국대학교 에너지신소재공학과 민성욱 교수와 한양대학교 ERICA 에너지바이오학과 김병현 교수, 포항가속기연구소 김영용 박사로 구성된 국내 연구팀이 고용량과 장수명을 갖춘 수계 아연 이온 배터리(Aqueous Zinc-Ion Batteries, AZIBs) 구현을 위한 신규 바나듐(V) 기반 양극 소재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수계 아연 이온 배터리는 전해액으로 물을 사용하는 만큼 높은 안전성과 비용 효율성, 그리고 우수한 체적 에너지 밀도를 지닌 차세대 이차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반복적인 충·방전 과정에서 양극 구조가 쉽게 붕괴돼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 V₂O₅(바나듐 오산화물) 구조에 소듐 이온을 사전 삽입(pre-intercalation)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초음파 기반 단일 공정(sonochemical synthesis)을 통해 Na₂V₆O₁₆·2H₂O(이하 NaVO)라는 새로운 양극 소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소듐 이온은 바나듐 층간 구조를 지지하는 일종의 ‘구조적 지지대(Structural Pillar)’ 역할을 하며, 층간 간격을 최대 8.4nm까지 넓히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한다. 그 결과 아연 이온(Zn²⁺)이 보다 원활하게 삽입·추출될 수 있어, 장기적인 구조 안정성과 높은 성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NaVO//Zn 배터리 셀은 고전류 밀도(10 A g⁻¹) 조건에서도 126.3 mA h g⁻¹의 용량을 기록했으며, 10,000회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 후에도 91.8%의 용량 유지율을 보였다. 이는 기존 V₂O₅ 기반 배터리 대비 1.68배(고율 특성), 1.99배(장수명) 이상 향상된 수치다.
이 같은 성과는 실험적 분석과 함께 DFT(계산재료과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됐다. Zn²⁺ 이온의 삽입·추출 과정에서 바나듐의 산화 상태가 유연하게 변화하며, 소듐 전처리로 강화된 층간 구조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고율 충·방전과 탁월한 장기 내구성을 동시에 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주도한 동국대 민성욱 교수는 “소듐 이온을 이용해 바나듐 기반 소재의 내부 구조를 미리 안정화하는 전략은 기존 V2O5의 단점을 보완하는 혁신적인 방법”이라며, “고성능 수계 아연 이온 배터리를 구현함으로써 에너지 저장 장치(ESS), 전기차, IoT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양대 ERICA 에너지바이오학과 김병현 교수는 “계산재료과학을 활용해 이온 삽입·추출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소듐 전처리가 바나듐 기반 양극 소재의 구조 안정성 및 고율 성능 향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함을 체계적으로 규명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계산과학 분석을 통해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 설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DFT 계산을 기반으로 한 구조 안정성 메커니즘 규명과 층간 간격 제어를 통한 고성능 AZIB 양극 소재 제안이라는 측면에서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경제성, 안정성, 친환경성을 동시에 갖춘 아연 이온 배터리 기술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국대-한양대 ERICA 공동연구팀은 향후 대면적 셀 제작 및 실증 테스트를 통해 실제 산업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RS-2024-00449682)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에 3월 28일 게재될 예정이다. 해당 논문 「Enhanced Electrochemical Performance of Aqueous Zn-Ion Batteries Based on Na₂V₆O₁₆·2H₂O Cathodes: Insights from DFT and Synchrotron X-ray Analysis」는 동국대 소영희 학생과 한양대 ERICA 서훈철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포항가속기연구소 김영용 박사, 한양대 ERICA 김병현 교수, 동국대 민성욱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끝)
■ 논문명 : Enhanced Electrochemical Performance of Aqueous Zn-Ion Batteries Based on Na2V6O16∙2H2O Cathodes: Insights from DFT and Synchrotron X-ray Analysis
■ 저자정보 : 소영희 학생 (공동1저자, 동국대학교), 서훈철 학생 (공동1저자, 한양대학교 ERICA), 김영용 박사 (공동교신저자, 포항가속기연구소), 김병현 교수 (공동교신저자, 한양대학교 ERICA), 민성욱 교수 (공동교신저자, 동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