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05.20 16:55
-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기 기념 컨퍼런스’, 전 통일부 장관 좌담회 열려
-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 위한 삶 회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 해법 모색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의 상징이 된 두 거장인 문익환 목사와 김대중 대통령을 기념하는 뜻깊은 포럼이 열렸다.
한신대학교(총장 강성영) 한반도평화학술원(원장 백준기)은 5월 16일 오후 1시부터 한신대 서울캠퍼스 컨벤션홀에서 김대중학술원,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김대중과 문익환: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통일’이라는 제목으로 ‘문익환 서거 30주기 기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일환으로 개최된 이번 컨퍼런스는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기를 맞이하여 문 목사의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통일을 위한 삶을 회고하고, 위기를 맞고 있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성영 총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심포지엄은 문익환 목사와 김대중 대통령을 연결하는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며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기와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서거 15주기)을 맞아 두 분을 우리가 잘 기억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신대는 84년 동안 자주와 독립,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여한 학교라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한신은 우리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의제들,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는 학교가 되겠다”고 전했다.
백준기 한신대 한반도평화학술원장은 환영사에서 “올해 세계와 한반도의 평화는 더 암울하며,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얘기되고 전쟁의 시대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기를 기념해서 열리는 이번 평화포럼에서 평화와 통일에 대해 담대한 토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생전 두 분은 민주화 운동의 동료이며 통일의 선구자로서 항상 같은 편에서 걸으셨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의 역사는 두 분의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 포럼에서 이야기 될 김대중의 길, 문익환의 길이 한반도의 미래를 향하는 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백학순 김대중학술원장은 “문익환 목사는 민간 통일운동가로서, 김대중 대통령은 사상가, 정치 지도자로서 어려웠던 시기에 함께 손잡고 민주·평화·통일의 길을 걸었다. 두 분 모두 목숨을 걸고 그러한 길을 걸었고, 용서와 화해, 통합, 민중, 민족의 부활을 강조했다”며 “그 대가로 문익환 목사는 11년, 김대중 대통령은 6년의 감옥생활을 하셨다. 두 분이 이 나라, 이 민족, 세계 인류를 위해 하신 일들은 우리들과 후손들에게 어둠을 깨뜨린 크나큰 빛의 길, 역사의 길, 시대의 길, 미래의 길이 되어 오늘도 우리가 함께 손잡고 그 길을 걷고 있다. 두 분은 역사와 국민, 민중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벽을 문으로 알고 박차고 나가라고 말씀하신 문익환 목사, 용기는 기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헌신에서 나온다, 용기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었다고 말씀하신 김대중 대통령의 가르침을 붙잡고 담대하게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송경용 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장은 “한 분은 벽을 문으로 알고 차고 나가라 하셨고, 또 한 분은 벽에다 대고 소리라도 질러라 하셨다. 두 분 다 담대한 용기를 저희에게 주문하셨다. 우리 역사에서 두 분이 한 공간, 한 시간에 존재했다는 것은 축복이라 생각한다”며 “두 분은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을 살펴 민족의 행복과 안녕을 축원하면서 우리 민족의 앞날을 설계하신 대목수였다. 우리가 그 두 분의 지경에서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신대 이종운 글로벌피스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1세션 ‘전직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듣는다’ ▲2세션 ‘전문가들로부터 듣는다’로 나눠 진행됐다.

■이종석, 김연철,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에게 듣는다
1세션은 이종석, 김연철,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이 좌담회 형식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문익환 목사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삶의 궤적을 회고하고, 위기에 놓인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과제를 모색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서 한시도 멈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남북한의 적대성 해소를 위한 노력이라고 본다. 남북 간 상호 적대성이 공고하게 버티고 있는 한 한반도는 대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갈 수도 없다”며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을 통한 적대성 완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종석 전 장관은 “대화 없는 평화는 없다”고 유감을 표하며 “지금은 남북 간 모든 대화가 단절되고 상호 적대성만 커지고 있어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우리 국력과 위상에 맞게 우리 지도자들은 미·중 양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외교가 아니라 양자가 모두 우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창출하는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연철 전 장관은 두 국가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은 “평화적 두 국가는 개념으로는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분단 체제에서 두 국가는 적대를 추구하며, 평화는 최소한 잠정적 특수 관계를 지향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완충공간에 존재한다. 두 국가를 지향할수록 대륙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전쟁터로 변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이인영 전 장관은 남북 관계의 경우 국내외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인영 전 장관은 “현재 답답한 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제한 후 “남북 문제는 국내로 봤을 때는 정권교체가, 국외적으로 봤을 때는 주한미군 문제와 정책 변경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김대중 대통령·문익환 목사 업적 되새겨
2세션에서는 배기선 김대중재단 사무총장, 백학순 김대중학술원장, 송경용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장,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이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통일을 향한 김대중 대통령, 문익환 목사의 업적과 현재적 의미를 논의했다.
배기선 김대중재단 사무총장은 “문 목사의 목숨을 건 민주, 평화 통일 운동은 김대중 대통령의 그것과 궤를 같이했으며 성직자요 시인이신 문 목사의 맑은 영혼에서 나오는 진리의 힘은 김대중 대통령을 때로는 돕고 지원하고 때로는 선도하기도 했다”며 “문 목사의 방북은 결과적으로 1.21 기본합의서와 6.15선언의 씨앗을 파종했다고 볼 수 있고 먼 장래에 통일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문화적 기초공사까지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백학순 김대중학술원장은 “현재 여건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민주, 평화, 통일이라는 미래의 비전, 이익, 목표를 현재로 가져와 현재를 미래의 꿈과 비전이 살아 움직이는 현재로 재구성(재구조화)하고 그것을 믿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하면, 현재는 민주, 평화, 통일의 실현이라는 방향성 속에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되고, 미래도 동떨어진 특정 시점의 단순한 미래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현재와 연계되어 한반도에서 민주, 평화, 통일이 성취되는 희망찬 미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DJ는 1998년 햇볕정책의 3원칙으로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화해협력 추구’를 제시했다. 지금 생각해도 절묘하다. ‘무력도발 불용’으로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고, ‘흡수통일 배제’로 조선을 안심시키며, ‘선민후관·선이후난·선경후정’의 기조를 담아 화해협력부터 추진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라며 “민주개혁진영이 DJ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평화정책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얼마나 소홀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