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박찬규 교수팀, 게놈 분석으로 한국 토종개 기원 최초로 밝혔다

건국대 박찬규 교수팀, 게놈 분석으로 한국 토종개 기원 최초로 밝혔다

입력 2023.06.08 15:10

- 총 211마리 개과 동물 전체 게놈 염기서열 정보 비교·분석해
- 동남아 혈통 유래 ‘진돗개’와 ‘동경이’, ‘삽살개’는 유라시아 혈통

8일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연구 발표회에 한국 토종개 삽살개와 유전적 형질을 복원한 바둑이가 참석했다. 왼쪽부터 삽살개 슬인, 바둑이 대박, 삽살개 겨레
건국대학교 KU융합과학기술원 박찬규 교수(줄기세포재생공학과) 연구팀이 한국 토종개들의 시조가 한반도에 도래한 시기와 유래를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삽살개재단 하지홍 교수와 공동연구로 진행됐으며, 연구 논문은 국제 저명저널 ‘iSCIENCE’에 지난달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고대 개와 늑대, 아시아 및 유럽 개 등 211마리 개과 동물들의 전체 게놈 염기서열 정보가 비교·분석됐다. 특히 삽살개와 진돗개를 포함해 극동아시아 5개 품종 총 25마리의 유전체 서열이 박 교수 팀에 의해 신규 해독됐다.
8일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연구 발표회에서 건국대 박찬규 교수가 토종개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체 게놈 염기서열 정보는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만큼 다각도로 활용될 수 있으며 고도의 해상도를 가진다. 미답지였던 다양한 극동아시아 토종개 품종들 간의 촌수 관계와 기원에 대해서도 매우 분명한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의 토종개들은 약 2천 년에서 1만 년 전 사이 두 종류 다른 근원에서 이동해 왔으며, 남방 지역에 뿌리를 둔 동남아 혈통과 북방 중앙아시아 지역에 근원을 둔 유라시아 혈통으로 나뉜다.
동남아 혈통에서 유래한 개로는 진돗개와 동경이가 있다. 이들은 뉴기니아 싱잉독, 호주의 딩고, 베트남 개와 혈연적인 연관이 깊다는 것이 밝혀졌다. 삽살개는 북방 유래의 유라시아 혈통이다. 현존하는 개중에는 티벳 마스티프, 시베리안 허스키와 촌수가 가깝고 북중국 토종개들과도 혈연적 연관이 깊다는 것이 유전체 서열비교에서 확인됐다.
동북아시아견의 유럽견 및 남방아시아견 유전체 구성 비율
이번 유전체 정보 해독으로 과거 개들의 이동 경로와 시점도 밝혀졌다.
1만 2천 년 전의 고대 개 27마리의 유골 DNA에 의하면 동남아 혈통과 유라시아 혈통이 분기돼 아시아 대륙 남북으로 분리된 시점은 7천년 전 이상된 오래전 일이다. 이중 북방 유라시아 혈통이 유럽과 북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모든 개들의 혈통 형성에 관여했다.
7천 혹은 1만 년 전 남북으로 사람을 따라 이동하다가 아시아 대륙 남쪽 끝자락에서 살게 된 개들은 수천 년이 지나 약 3000년 전 남방 농업인들을 따라 이동해 한반도에 도달했고 먼저 정착한 북방 개들을 다시 만나 ‘한국 개’라는 정체성을 띤 집단을 이루게 된 것이다.
아시아 개들의 혈통 구분 (주성분 분석)
이번 연구의 또 다른 발견은 삽살개 긴 털의 기원이다.
얼굴 전체를 덮는 긴 털은 RSPO2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출현했으며, 전 세계에 분포한 긴 털 개들이 모두 동일한 변이를 지니고 있다. 변이 주변 유전자들의 다양성을 조사한 결과 삽살개 변이 유전자가 동서양 장모 견종 중 가장 오래된 형태이며, 티벳 테리어와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 즉 오랜 과거에 두 견종 간 유전자의 천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삽살개 집단에서 발견되는 장·단모 현상의 원인을 유전자 차원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반려견 개량역사와 관련한 중요한 자료를 제공했다.
동북아시아견의 유전적 상관관계 및 유전자 혼합(admixture). 화살표는 집단간의 유전자 혼합 방향의 추정을 나타냄.
이번 극동아시아 지역 개들의 기원연구는 최고 수준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특히 한국 토종견의 이동로뿐만 아니라 이동 시기까지 상당히 정확하게 유추했다. 기원 전 2800년 북방 스텝지역에서 한반도로 대규모 유목민이 유입된 시기와 이후 동남아에서 발달한 벼농사 기술이 한반도에 도래한 시기가 한국 토종견의 기원과 일치했다.
최초로 가축화된 포유동물인 개는 모든 인류 집단과 같이 이동했다. 고대 인간 집단의 이동로를 유추하는데 개의 혈통연구가 중요한 보조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는 만큼 이번 연구결과는 개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민족적, 인종학적 정체성 이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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