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8.25 10:05
서울시립대는 26일 자연과학관 국제회의장에서‘COVID-19 팬데믹 이후의 한국과 세계경제의 도전과 대응(Challenges and Responses of Korea and the World Economy in the Era of Post COVID-19 Pandemic)’이란 주제로 한국경제연구학회(회장: 최병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장)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올해는 박재완 성균관대 명예교수(전 기획재정부 장관)가‘한국경제의 도전과 정책 대응’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하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박양수 원장이‘인플레이션의 귀환: 우리는 무엇을 놓쳤고 어떻게 해야 하나’로 총괄 주제 발표를 한다. 김도훈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전 산업연구원장)는‘코로나19 팬더믹 발발 이후의 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전개와 시사점’, 일본 동경대학의 후쿠다 교수가‘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국제 자본 흐름의 영향’을 발표한다.
한국경제연구학회 국제컨퍼런스(KWE: Korea and the World Economy)는 한국 경제와 한국경제에 관심 있는 국내외 학자들 간의 학술교류를 목적으로 2002년부터 매년 개최되어 왔으며 올해로 20회 째를 맞이한다.
[기조연설 요약]
한국경제의 도전과 정책 대응
박재완 (성균관대 명예교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2022년 한국경제는 어렵다. 민생고가 심각하며, 시장소득, 순자산과 사회적 이동성 측면에서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책 여력은 제약되어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경제성장률이 꾸준히 하락해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고 재정 압박이 가속될 전망이다. 저출산, 가파른 고령화, 1인 세대와 핵가족 증가, 그리고 중국 제조업의 도약이 주된 요인이다.
과거 압축성장과 활발한 계층 이동의 핵심 동력이었던 인적자원과 국가 거버넌스가 이제는 걸림돌이 되었다. 표층 학습, 계열/전공의 수급 괴리, 상의하달과 연공 서열 중심의 조직문화, 취약한 평생학습 등으로 인해 인적 역량이 정체 내지 낙후됐다. 사회 갈등의 증폭, 법치와 규율의 이완도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개발 시대 ‘큰 정부’ 유산과 대중 영합 정치가 민간 활력을 위축시킨다. ‘투표자의 합리적 무관심’과 ‘불합리한 편견’이 확대 재생산되며 정부실패가 누적됐다. 특히 ‘억강부약’의 편 가르기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긴요한 구조개혁과 허리띠 졸라매기는 거부 또는 연기됐다. 세계표준과 동떨어진 낡은 규범과 관행은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해치며, 기업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와 지원은 성장 사다리를 부실하게 만들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획일적인 노동 규제는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노사관계 확립을 막아 고용에 장애가 된다. 엄격한 규제와 잦은 노사분규는 기업의 해외투자와 생산을 늘려 국내 일자리를 줄이기도 한다.
경제를 살리는 마법이나 지름길은 없다. 전술한 걸림돌을 제거하는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 자유와 기회를 확대해 창의, 유인과 책무가 고취/존중되어야 한다.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규칙이 확립된 가운데 자율, 다양성, 개방과 혁신이 진작돼야 한다. 추가로 자원이 들지 않는 규제개혁이 최우선 과제다. 초점은 심층 학습/개발, 일자리 창출과 가족 가치에 둬야 한다. 정책 목표로는 유연한 노동시장, 오래 지속될 ‘일하는 복지’ 및 혁신 역량 등을 들 수 있다.
개혁의 실행엔 시간, 고통과 저항이 따른다. 도의적 설득력과 경세 방략을 갖춘 창도의 리더십이 긴요하다. 산고를 감내하고 성공인 부화를 이끌려면, 협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총괄주제 발표1 요약]
인플레이션의 귀환: 우리는 무엇을 놓쳤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원장)
【Return of inflation】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세계공장 역할, 노조의 교섭력 약화, 전자상거래 확대 등이 어우러지며 각국의 물가안정 목표보다 실제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이 이어졌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재정지출 확대와 저금리 및 양적완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추진되었음에도 저물가 시대가 지속되었음. 그러나 코로나19 보건위기가 발생하면서 각국의 lock-down 조치 및 국제물류이동 제약 등 공급망이 경색된 가운데 주요국은 초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시행하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세하며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하였음.
【What we missed】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경제상황이 세계대전이나 오일쇼크 시기와 비슷한데 인플레이션 예측에 실패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과감한 통화 및 재정확대정책에도 불구하고 저물가가 지속된 경험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음. 최근 정보에 가중치를 크게 두고 기대를 형성하고 경제주체들의 반응 정도도 어떤 임계치를 기준으로 달라지는 특성을 보이는 인간의 행태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임.
장기간의 저인플레이션 함정에서 벗어날 목적으로 정책프레임워크를 바꾸는 과정에서 정교함이 부족했던 점도 들 수 있음. 경기나 고용의 회복 기간을 줄이기 위해 저물가를 보상하는 방식의 평균물가목표제를 처음 도입하였으나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하였음. Fiscal-dominance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정부부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되고, 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재정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정책 실기 문제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생각해볼 문제임.
【What should we do】 인간의 지적능력 한계와 경제사회환경의 변화로 정책당국자들은 언제나 학습과정에 있게 됨.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당국자들이 인간으로서 가진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자세를 갖는 것임.
현 단계에서 중앙은행의 우선 과제는 과감한 정책을 통해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기대인플레이션-임금-물가간 상호작용으로 이어지면서 고인플레이션 고착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함.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 코로나19 팬더믹 이전에 논의되었던 중앙은행 기능들, 즉 금융안정, 고용, 불평등, 기후변화 대응 등의 우선순위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함. 원래의 물가안정 목표에만 충실해야 하는 것인지, 인플레이션이 적당한 범위 내에 있으면 나머지 부가적인 목표를 고려해야 하는지 등임.
Fiscal-dominance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독자성이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지, 과도한 정부부채나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진지하게 논의하고 연구해야 함.
마지막으로 경제의 디지털 전환으로 민간부문과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경합하고 빅테크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며 독점력을 키워나가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주권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함.
[총괄주제 발표2 요약]
코로나 19 팬더믹 발발 이후의 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전개와 시사점
김도훈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코로나 19 팬더믹 발발 이전의 세계경제는 글로벌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s)이 광범위하게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GVC의 확대는 선진국 산업과 기업이 비용절감을 목표로 전 산업에 걸쳐 부가가치가 작다고 인식되어 온 제조 공정을 중국 등의 후발 공업국에 이전해 온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따라서 중국이 2001년 말 WTO를 가입한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한 GVC가 확대일로를 걷게 되었고, 중국은 결국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게끔 되었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19 팬더믹은 이렇게 잘 작동하던 GVC 체계와 거기에 의존하여 형성된 효율적인 국제산업질서에 결정적인 충격을 안겨주었다. 자동차, 전자 등 산업에서 중요한 공급망 역할을 하던 우한과 그 주변지역이 봉쇄됨으로써 선진국의 많은 공장들이 폐쇄되는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되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 도시들이 봉쇄되면서 경제 전체가 마비됨으로써 공급망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러한 공급망 위기를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촉발된 무역전쟁과 기술경쟁임은 물론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두 가지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더욱 증폭하였다. 하나는 주요 선진국들이 코로나 19 팬더믹 발발 이후의 경제 봉쇄 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뿌린 막대한 규모의 재정 및 금융 지원금들이 경제 봉쇄가 차례차례 해제되면서, 폭발적인 수요로 나타났다. 이것이 제품 및 부품/소재 등의 국제적 해상물류망에 큰 하중을 가함으로써 미국, 유럽의 주요 수입항구에서의 화물 적체, 이들 선진국 내의 육상 운송 적체 등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공급망을 새롭게 짤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이어서 2022년 초에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와 식량의 공급망에 충격을 가했고, 이렇게 발생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다시 제조업 공급망에 하중을 가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처한 선진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잘 작동하던 세계경제 특히 국제산업질서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들은 자국 내에 대체 공급망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고, 그것이 어려울 경우 비슷한 국가들과의 연대(alliances)를 맺어서 공급망을 안정화하려 한다. 공급망의 출발점인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노력에 맞서 중국은 그들 나름의 자국 내 공급망 구축, 뜻이 맞는 개도국들과의 연대 구축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주요 산업국가들의 움직임이 세계경제와 국제산업질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다음 세 가지 해결 노력을 제안한다.
첫째, 지나친 비용축소형 특화 전략을 지향하고 적절한 공급망 포트폴리오를 형성하여 공급망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그렇지만 지나친 자국 이해 위주, 혹은 새로운 지역 블록 형성 등의 노력은 세계무역 및 산업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WTO를 중심으로 한 세계무역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미국과 중국이 대담한 양보를 서로 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세계적으로 지나친 산업 경쟁 위주에서 벗어나 원료 조달 및 제품 생산의 양 측면에서 주요국들이 협력하는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총괄주제 발표3 요약]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국제 자본 흐름의 영향
신이치 후쿠다 (일본 동경대학 교수)
본 논문은 미국 통화 정책이 위기에서 환율의 일시적이지만 상당한 오정렬(misalignment)을 야기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초기에 미국 달러는 처음 두 달 동안 대부분의 OECD 통화에 대해 평가절상되었고, 이후 2021년 1월까지는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2021년 2월부터 평가절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OECD국가들의 통화의 평가절하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리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본 논문의 첫 번째 부분에서는 COVID-19 전염병 동안 환율의 오정렬을 야기한 원인을 살펴보았다. 우리는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과 OECD국가 간의 환율이 이자율 평형이론에서 예측하는 국가 간 이자율 차이가 아니라 미국 이자율 자체가 환율에 영향을 미쳤음을 발견하였다.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이고, 그 결과 위기는 미국 달러의 예비적 보유를 증가시킵니다. 그 결과 미국의 긴축통화정책이 시행되면서 국제시장에서 달러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다.
본 논문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미국 통화정책이 OECD 환율의 오정렬에 특별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분석하였다. 분석에서 우리는 구매력 평가(PPP)로부터 도출된 환율과 실제 환율간의 차이로 “환율 불일치”를 측정하였으며, 그 결과 미국의 실질 금리 움직임이 단기적 불일치를 설명하는 데 특별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미국 실질이자율의 큰 변동이 일시적이지만 상당한 규모로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을 초래했음을 의미한다. OECD국가들의 자국 실질이자율을 변화시키는 통화정책은 환율의 단기 오정렬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다. 미국 달러의 글로벌 헤게모니 때문에 미국 통화 정책은 비대칭적으로 OECD 국가에서 환율의 상당한 단기 오정렬을 야기했다. 과거 많은 연구들이 미국 통화 정책이 신흥 시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자본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바람직하지 않은 환율 변동을 야기했음을 보여주었는데, 본 연구는 신흥국 뿐만 아니라 OECD 국가에서도 특히 위기 이후에는 동일한 현상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생함을 발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