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1.05.20 10:02
- 경상국립대 오현철 교수팀울산대 강성구 교수팀과 공동 연구
- '미국화학회지(JACS)’ 표지 전면에 등재
숙명여자대학교(총장 장윤금)의 화공생명공학부 최경민 교수팀은 중수소에 의해서만 흡착하는 사이트를 가진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활용해 중수소 분리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인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경상국립대 오현철 교수팀 및 울산대 강성구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결과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바이오메디컬 이미징(Biomedical Imaging), 암 치료 등의 의료 분야, 비방사성 동위원소 추적 및 중성자 산란 등의 과학 분야, 핵융합 발전 등에 응용되는 중수소를 세계 최대의 효율로 분리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사이트를 가진 ‘다공성 물질’을 활용하여 세계 최대의 수소 동위원소 분리 효율을 구현했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중수소의 흡착 밀도가 수소보다 높아 1D 채널 형태의 다공질 내부 표면에 중수소가 더 가깝게 흡착하게 되고 그 결과 채널 중간에 중수소만 들어갈 수 있는 기공을 만들어 중수소 분리 효율을 세계 최대로 구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내용은 저명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Impact Factor 14.612)의 표지 전면을 장식했다. 논문(‘Exploiting the Specific Isotope-Selective Adsorption of Metal-Organic Framework for Hydrogen Isotope Separation’)은 한국 시각으로 5월 19일에 공개되었다.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다. 이 물질은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 원료이자, 원자력 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중 0.016%로 극히 미미하다. 또한,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기도 어려워 가격대가 매우 높다. 중수소를 얻으려면 중수 전기분해로 만들어진 수소 동위원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만 골라내야 하는데 동위원소는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므로 까다로운 분리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MOF를 이용한 중수소 분리 기술은 개구의 크기를 정밀하게 제어하거나 국소적으로 유연한 개구 혹은 구조가 완전히 변화하는 호흡 효과 등을 이용하여 분리가 가능했다.
최경민·강성구·오현철 교수 공동연구팀은 기존 기술과는 다르게 다공성 물질 기공(채널) 내부를 중수소로 1차 흡착시켜 작은 내부 채널을 생성하였다. 이렇게 생성된 내부 채널을 수소는 통과하지 못하고 중수소만 통과시킬 수 있어 분리 효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사용된 물질은 매우 저렴한 소재인 ‘코발트 포메이트’(Cobalt formate; CoFA)였다. 25K 극저온, 30mbar의 중수소를 CoFA에 주입하여 1차적으로 중수소 흡착을 우선시키면, 이후 혼합기체를 주입하더라도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흡착할 수 있어 기존 극저온 증류법(선택도 1.5, 24K) 대비 약 30배 이상 높은 효율(선택도 44, 25K)을 보였다.
최경민 숙명여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으로 g scale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매우 저렴한 소재를 이용하여 동위원소 분리 효율을 측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이를 통해 대용량 수소 동위원소 분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강성구 울산대 교수도 “흡착 밀도를 실험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밀도 흡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산모사로 증명해낸 의미 있는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오현철 경상국립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강한 흡착 사이트가 없는 다공성 물질에서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친화도를 가지는 특성의 물질이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물질 내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영역을 발견한 결과이다. 수소 동위원소를 비롯하여 고가의 동위원소인 헬륨, 산소의 분리 분야로도 적용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원자력기초연구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붙임 자료]
▣ 연구 배경과 결과 개요
1. 연구 배경
중수소는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핵융합에 필요한 핵심 청정 에너지원이며, 다양한 산업과 과학 분야에서도 필요한 미래 자원이다. 하지만 중수소를 얻는 일은 쉽지 않다. 중수소가 수소 혼합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016%로 매우 낮고, 수소 혼합물과 중수소의 물리·화학적 성질이 매우 비슷해 분리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대 분리 기술 중 중요한 도전과제로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일이 꼽히기도 한다.
최근 중수소를 효과적으로 분리하기 위해 다공성 물질의 양자체(Quantum Sieving) 효과를 이용한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운동 양자체 효과(Kinetic Quantum Sieving Effect: KQS)’ 및 ‘화학적 친화성을 이용한 양자체 효과(Chemical Affinity Quantum Sieving Effect: CAQS’)를 이용하면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 및 저장할 수 있다. 운동 양자체 효과는 ‘극저온 환경에서 수소 크기에 매우 근접한 기공에서는 수소(H₂)보다 중수소(D₂)가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중수소의 드 브로이 파장이 수소보다 짧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학적 친화성을 이용한 양자체 효과의 경우 수소보다 영점 에너지가 낮은 중수소의 경우 결정질 다공성 물질의 내부에 강한 흡착 부위에 우선하여 흡착될 수 있는 특성을 이용한다. KQS의 경우 끓는 점 및 확산 속도의 차이를 이용하고, CAQS는 기질(substrate)의 상호작용 에너지 차이를 이용하여 수소와 중수소를 분리하는 기본 원리가 된다.
KQS와 CAQS는 나노 크기의 다공성 물질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지만, 수소 동위원소의 구별할 수 없는 유사한 특성으로 인해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시스템의 개발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 오현철 교수 연구 그룹에서는 중수소 분자를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는, 2차 호흡 현상을 이용한 MIL-53(Al) 물질을 보고한 바 있다.
2. 연구 내용
이번 연구에서는 중수소가 기공[細孔] 표면에 더 가깝게 흡착되는 특성을 이용하여, 특정 조건에서 중수소의 확산에 적합한 기공 크기가 형성되는 다공성 물질인 ‘Cobalt formate(CoFA)’ 물질을 사용해 동위원소 분리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보고된 수치를 상회하는 최대 44의 중수소에 대한 선택도를 달성했다.
연구진은 중수소에 대한 친화도가 높은, 지그재그 형태의 구조를 가지는 CoFA MOF를 이용하여, 기존의 다공성 구조의 성분 또는 작용기에 주목하기보다는, 기공 크기의 변화가 1, 2차 기체 흡착량에 따라 변화하는 조건에 주목했다. CoFA는 25K 근방 극저온에서 특정압력(30 mbar) 이상에서 중수소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추가적인 3차 흡착 사이트가 나타난다. 1, 2차 흡착 단계에서는 수소와 중수소 모두 흡착이 일어나며, 수소와 중수소의 흡착에너지 차이(2.26kJ/mol)에 의해 수소보다 중수소가 CoFA 표면에 더 가깝게 붙게 된다. CoFA 기공 외벽에 더 가깝게 중수소가 흡착됨에 따라, 기공 한가운데 여분의 공간이 만들어지며 이 공간(3차 흡착)에 중수소만이 흡착되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CoFA에 수소/중수소 혼합가스를 주입하게 되면, CoFA와의 친화력이 높은 중수소가 수소보다 더 많이 흡착되어 선택도는 약 26의 값을 보인다. 하지만, 1, 2차 흡착 사이트를 중수소로 먼저 채우고, 3차 흡착 사이트만을 이용하여 혼합기체를 분리하게 되면, 중수소에 대한 선택도가 44로 증가하게 된다. 이는 극저온 증류법의 선택도 1.5/44보다 약 30배 높은 선택도 비율이다.
3. 기대 효과
이번 연구는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 중에서, 중수소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두 번째 시스템의 예시이며, 같은 소재에서도 특별한 조건에서 존재하는 흡착 단계의 선택적인 이용 전략이 수소와 중수소를 분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MOF를 그램 단위로 합성하는 방법을 제안하여 대량 생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였으며, 기존 분리 방법을 사용하여 분리할 수 없는 까다로운 재료를 분리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는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용어 설명
1. 운동 양자체 효과(Kinetic Quantum Sieving effect): 1995년 네덜란드 라이덴대의 빈아커(Beenakker)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다. 자연계에는 원자 번호는 같지만 원자량이 다른 원소가 있다. 이를 동위원소라 부르는데, 중성자 개수가 달라서 무게 차이가 난다. 이들 동위원소가 섞여 있는 동위원소 혼합물은 극저온에서 물리적인 차이를 보인다. 중성자 개수가 작아 가벼운 원소일수록 더 큰 드 브로이 파장(de Brogile wavelength)을 가지는 것이다. 빈아커 교수는 이 파장 때문에 가벼운 원소는 무거운 원소에 비해 좁은 공간에서 확산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저온에서 무거운 동위원소는 가벼운 동위원소보다 좁은 공간을 더 빠르게 확산함으로써 운동 양자체 효과를 일으킨다.
2. 동위원소(同位元素, Isotope): 원자번호가 같지만 원자량이 다른 원소를 말한다. 어떤 원소의 동위원소는 그 원소와 같은 수의 양성자와 전자를 가지지만, 다른 수의 중성자를 가진다.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분리하기 까다롭다.
3. 중수소(이중수소):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원료이자, 원자력 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중 0.016%로 극히 미미하고, 수소혼합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기도 어려워 매우 비싸다.
▣ 그림 설명

그림1(전면표지 선정): 주황색으로 표시된 D₂가 중수소, 연두색으로 표시된 H₂가 수소다. 극저온, 특정압력 조건에서 CoFA 물질의 기공에 흡착된 수소 및 중수소로 인해서 기공의 크기가 중수소가 우선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크기로 조절되어, 중수소가 우선적으로 확산되어 통과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그림 2(CoFA에서 수소와 중수소의 흡착에 따른 binding site 차이): CoFA는 25K의 극저온 근방에서 특정 압력(30 mbar)에서 수소/중수소 기체에 노출시켰을 때, 중수소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추가적인 3차 흡착 사이트가 나타난다. 1, 2차 흡착 사이트와는 달리 중수소에 의해서만 반응(흡착)하여 선택적 동위원소 흡착이 가능하게 한다.
▣ 저자 소개
오현철(교신 저자)
경상국립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2014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재료화학과, 박사 졸업
2014.04.-2014.08.: Postdoctoral fellow, Max Planck Institute for Intelligent Systems
2014.09.-2015.08.: 부연구위원, 정책기획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15.09.-현재: 경상국립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부교수
전문분야: 나노다공성 물질을 활용한 동위원소 기체 분리 기술 개발, 수소저장 측정 기술 개발, 메탄·질소 분리 및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개발
최경민 교수(교신 저자)
숙명여자대학교 화공생명공학부 교수
2012 석사/박사, KAIST(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2012 연구조교수, KAIST(한국과학기술원)
2013-2015 포스닥 펠로우, UC버클리&로렌스버클리연구소
2016- 숙명여자대학교 화공생명공학부 교수
전문분야: 신소재 개발 및 응용-나노 및 다공성 하이브리드 물질 개발
강성구 교수(교신 저자)
울산대학교 교수
2013년: 조지아공과대학교 화학생명공학부 박사 졸업
2013.05.-2014.08.: Postdoctoral fellow, 코넬대학교
2014.09.-2016.02.: 부연구위원, 미래예측본부/국제협력센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16.03.-현재: 울산대학교 부교수
전문분야: 계산화학 기반 첨단소재 설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