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미국 전 대학교·대학원 졸업생에게 선물한 책

빌 게이츠가 미국 전 대학교·대학원 졸업생에게 선물한 책

조선일보
입력 2019.03.27 15:25

화제의 책
김영사 제공
◆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김영사

빌 게이츠는 2010년부터 매년 대학생들에게 책을 추천해왔는데, 올해에는 추천을 넘어 미국의 모든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생들에게 직접 책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세계를 명확하고 명쾌하게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라는 것이 추천 이유였다.

세계적 석학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팩트풀니스'는 '사실충실성'이란 뜻으로 팩트(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확증편향이 기승을 부리는 '탈진실'의 시대에, '팩트풀니스'는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이기는 팩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작이다.

화제의 책
빌 게이츠가 추천한 책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이 열띤 강연을 하고 있다.
저자 한스 로슬링은 의사이자 공중 보건 전문가이자 통계학자라는 독특한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이는 통계학적으로 전 세계인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그는 연구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는데, 바로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로슬링 박사는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을 테스트하기 위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를 만들어 풀어보게 했다. 그 결과, 평균 정답률은 16%에 불과했다. 침팬지가 정답을 무작위로 고를 때의 33%보다도 훨씬 더 낮은 수치다. 더욱 더 놀라운 점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10가지 비합리적 본능(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하는데, 비합리적 본능으로 세계관에 오류가 발생하면 구조적으로 틀린 답을 할 수밖에 없다. 로슬링 박사는 이처럼 사실과 주장을 혼동하는 것을 사회 갈등과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팩트풀니스'를 숙지하면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대체할 수 있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진짜 위험성과 여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되 엉터리 정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오해를 없애고 긍정적이 되며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세계의 진짜 모습을 알기 위해 극빈층 비율부터 여성의 교육 기간, 기대 수명, 세계 인구 변동 추이, 자연재해 사망자 수, 아동 예방접종 비율, 평균기온 변화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룬다. 최신 통계 데이터를 제시하고 이를 바라보는 올바른 견해도 소개한다. 나아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에 휘둘리는 대중의 습성, 위기를 증폭시키는 부정적인 심리 등 우리가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과 그 해결책도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

로슬링 박사는 30개 국가에 "세계가 점점 좋아진다고 생각하는가, 나빠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모든 국가가 '나빠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한국인은 80% 이상이 전 세계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통계학적으로 전 세계를 보면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은 1970년대와 비교하면 100분의 1, 재해 사망률은 10분의 1로 줄었다.

전 세계 문맹률은 10%에 불과하며, 안전한 상수원의 물을 이용하는 사람과 예방접종을 받는 아이의 비율은 90%에 달한다. 인간에게는 많은 것이 늘 똑같아 보일 수 있지만, 세상은 진화하고 있다.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