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 '새로운 도전' 난 오늘도 젊게 산다

    • 라이프앤러닝팀

인생 후반 '새로운 도전' 난 오늘도 젊게 산다

조선일보
  • 라이프앤러닝팀
입력 2019.03.28 03:01

'노노族'을 아시나요?

요즘 신조어인 ‘노노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노노족’이란 영어 ‘노(No)’와 한자 ‘늙을 노(老)’를 합성해 만들어진 신조어인데요,
‘늙지 않는 노인’ 또는 ‘늙었지만 젊게 사는 노인’을 일컫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조어가 생긴 것은 현대의학의 힘으로 수명이 길어진 데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생활 개선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노인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건강에 경제적 여유까지 갖춘 ‘노노족’들은 취미 활동이나 여행 또는 평생교육 등을 통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고 있습니다. 특히 시니어 교육 과정을 통해 최신 트렌드를 따라잡거나 젊어서 하지 못했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도 합니다.

'노노族'을 아시나요?
Getty Images Bank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요즘 TV만 틀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다. 경쾌하고 흥겨운 멜로디에 인생 후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시니어층의 변모하는 의식이 담겨 있다.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를 상징하는 최고의 히트곡이다.

비단 사랑에만 나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에도, 자아계발에도 나이 제한은 없다. 이미 현실이 된 고령화 사회에서 노후 대비는 물론 자아계발과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애쓰는 시니어층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시니어 교육시장이 점차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2020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4.3%에 이르는 초(超)고령화 사회에 도달할 전망이다. 2060년 이 비중은 전체 인구의 37.1%로 높아진다. 세계 평균(18.1%)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중장년층의 폭발적인 확대는 사회 경제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은퇴 후의 시기를 '여생(餘生)'이란 말로 표현했다. 대략 20대까지는 열심히 공부하고, 60세 정년까지 땀 흘려 일하며 가족을 부양한 뒤, 은퇴 후에는 손주 재롱을 보거나 슬슬 여행이나 다니면서 편안하게 쉰다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하지만 2018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자 79세, 여자 85세이다. 지금 계산으로도 20년에서 25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열정과 에너지를 집중할 대상을 찾지 못한다면 '아, 나는 쓸모없는 인간인가'라는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풍부한 경험과 커리어를 갖춘 시니어층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경제의 선순환을 가로막는 부담요인이 될 것이고, 동시에 국력의 낭비가 된다. 이들이 생산과 소비의 순환구조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시니어층 자신은 물론 사회의 건전성과 행복을 가름하는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시니어 교육시장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과거 시니어 교육은 주민자치센터나 평생 학습관에서 탁구와 배드민턴, 수영 등을 배우거나 서예, 꽃꽂이 등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100세 시대의 시니어들은 더 이상 이 단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향상된 교육수준과 소득 수준을 바탕으로 신(新) 문물을 적극적으로 익히려고 한다. 적절한 여가 활동과 건강 유지는 중요하지만,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배우려는 열의도 가득하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특기 발굴을 통해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자 한다.

아울러 ‘인생은 한 번뿐’을 뜻하는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철학이 시니어층에게 전파되면서 행복을 찾으려는 욕구 또한 강해졌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신조어가 바로 ‘노노족(NO老族)’이다. ‘노(No)’와 ‘노(老)’를 합성한 용어로 늙었지만 젊게 사는 노인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규칙적인 운동과 식생활로 체력과 건강, 젊음을 유지하며 여행과 취미 활동에 적극적이다. 젊은이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하며 젊은층의 문화를 수용하려고 애쓴다. 요즘 자주 쓰이는 ‘잘 늙는다’는 뜻의 ‘웰 에이징’(Well aging)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시니어 교육시장은 이런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나 평생 학습관에서도 컴퓨터, 카메라 교육 프로그램은 이제 필수 커리큘럼이 되었다. 대학과 기업, 각종 시니어 교육기관에서도 다양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수강생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이메일 작성과 인터넷 뱅킹 이용법, 인터넷 검색과 자료 조사, 가족과 화상통화하는 법 등 기초 단계부터 카메라와 캠코더를 이용해 스토리텔링이 담긴 작품 만들기, 나아가 영화 제작에 이르기까지 교육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팽창하는 실버 시장에서 파생된 일자리 교육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노년층을 위한 모델 교육이 대표적이다. 실버산업이 커지면서 실버 상품·서비스를 대변할 노인 모델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버산업 관련 기업들은 홍보모델 확보를 위해 시니어 포토모델 선발대회를 열 정도다.

미국에서는 시니어를 위한 민간 교육프로그램인 ‘원데이 유니버시티(One day University)’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06년 시작된 원데이 유니버시티는 유명 대학교수들을 초빙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수준 높은 강의를 듣고 수강생들이 그들과 토론을 벌인다.

캐나다에서는 시니어를 위한 개인교습 프로그램인 ‘이구르스(eGurus)’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1년 시작된 시니어 대상 방문교육 프로그램으로 컴퓨터 관련지식과 디지털기기 사용법 등을 맞춤형으로 교육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방문 교육은 예전부터 있었다. ‘이구르스(eGurus)’는 이것을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확장 발전시켰다. 충분히 벤치마킹할 만하다.

시니어층은 더 이상 ‘힘 빠진 노인’들이 아니다. 탄탄한 구매력과 생산성을 지닌 막강한 경제 주체이다. 이런 ‘실버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현상이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버 파워를 바탕으로 하나 둘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다. 기발한 콘텐츠로 유튜브에서 24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자랑하는 1인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와 시니어 모델로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김칠두 씨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젊은이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미다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시니어 스타의 탄생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는 시니어들의 자기개발 욕구를 크게 자극한다. 시니어층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시니어 교육시장의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니어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그들에게 적재적소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화두인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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