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트 인스티튜트

이 가운데 문화센터 등을 통한 단발성 예술 강좌가 아니라 깊이 있는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들은 오랜 기간 내실을 다지고 있는 기관들을 찾게 된다. 지난 2010년 개관해 아트클래스를 꾸준히 열고 있는 에이트 인스티튜트와 조선일보가 공동기획한 '잠깐만, 미술 공부 좀 하고 올게! 한국미술 500년을 만나다' 강좌도 이런 갈증을 채우기 위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순화동 순화동천의 아트클래스 강의실. 오후 6시 30분 무렵이 되자 6강으로 기획된 아트클래스 중 네 번째 강의 '조선 최고 지성 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를 듣기 위해 수강생들이 속속 강의실을 찾았다.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가 "수 십년을 바쳐 고미술을 연구해 온 석한남 선생"을 소개하자 박수 소리가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강의가 시작될 무렵 20여 명이던 수강생은 시작 후 30분 쯤 지나자 강의실에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채워졌다.
강의실에는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자리잡았다. 부모와 딸까지 일가족이 등록한 수강생들이 있는가 하면 은퇴한 뒤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노년층은 물론 인근 사무실에서 일하고 퇴근길을 재촉해 아트클래스를 들으러 오는 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추사와 다산의 같은 듯 다른 삶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에이트 인스티튜트의 또다른 과정과 함께 이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다는 한 50대 여성은 "나처럼 은퇴한 세대들은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여행지에서 유명 작품을 보게 돼도 수박 겉핥기처럼 지나쳤다. 그런데 아트클래스 수강 후에는 이전과 달리 새로운 것을 느끼게 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이 외향적인 부분을 가꾸기 위한 투자를 많이 하지만 그만큼 내면을 위한 투자도 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꾸준히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지난 주에는 평소에 접하기 힘든 북한 미술에 관한 강의를 들었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북한의 작품은 왜 이런 형태를 띄는지 미술 뿐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며 수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아트클래스는 조선 시대의 미술을 테마로 하지만 미술 작품 감상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미술이 그 시대의 문화, 경제 등 사회상을 담아 내는 예술인 만큼, 수업을 듣다 보면 당시 시대상과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맥락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박혜경 대표는 "수업을 듣다 보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지식과 그 지식이 현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이 생긴다. 그런 분들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스페셜리스트 과정이나 작품이 있는 현지에 전문가들과 함께 가는 아트투어 등 다른 과정에도 많이 참여하신다"고 전했다.
박 대표의 말대로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학구열은 대단했다. 짧지 않은 2시간의 강좌가 중간 휴식 시간도 없이 진행되는 날이 많지만 수강생들은 강의를 들으며 필기는 물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한 가지라도 더 얻어가려 애를 썼다.
조선시대 미술을 통해 그 사회상을 이해하고, 현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는 이번 아트클래스는 17일 석한남 선생과 함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직접 고문헌을 보며 해석을 듣는 전시 투어도 포함됐다. 아트클래스는 21일 국내 1호 미술품 경매사인 박혜경 대표가 직접 나서는 한국미술 시장과 컬렉션에 대한 수업을 끝으로 시즌 1을 마감한다.
에이트 인스티튜트는...
"쏟아지는 아트 강의. 에이트만의 뭔가가 있네요"
'잠깐만, 미술 공부 좀 하고 올게'를 조선일보와 공동기획한 에이트 인스티튜트는 지난 2010년 3월 개관한 민간 첫 문화예술 전문 교육기관이다. 그간 주로 단체나 기관 등을 상대로 문화교육을 해왔던 에이트 인스티튜트는 최근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문화 클래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간송미술문화재단 전시연계 교육 프로그램 '간송 공감 아카데미' 등을 주관해 예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관 당시로는 생소했던 문화예술 전문 기관으로 9년차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박혜경 대표의 노하우에 힘입은 바 크다. 박 대표는 1988년 서울옥션 창립멤버로 미술품 경매를 시작한 미술품 경매사 출신으로 국내외 예술품 시장의 흐름에 넓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박 대표는 "에이트 인스티튜트가 개관하던 2010년만 해도 이 모델이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세계적 경제 불황 속에서도 경매시장에서 고가 미술품이 쏟아져 나오는 등 미술품 시장은 부동산, 금융 시장 등과는 다른 그래프를 그려온 것을 보면 다른 자산과는 다르다는 판단을 했다"고 개관 계기를 설명했다. 또 "최근 예술이나 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트클래스라는 이름의 강연이 많아지고 있다. 단발성 강의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내실있고 깊이 있는 강의로 차별화하고 있다. 수강생들도 그 부분에 대한 만족이 크다"고 에이트 인스티튜트의 차별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