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6.24 16:55
18세기의 도시 정병설 외 25명 |문학동네

'위대한 100년'으로 불리는 18세기 도시의 역사를 소개한 18세기 도시는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스물다섯 명이 '도시'를 키워드로 18세기 장소의 역사성을 탐구한 책이다. 현대적 도시 성장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18세기와 그 전후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글을 엮었다. 당시 유럽 주요 도시였던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빈은 물론, 고대 스파 도시인 영국 바스, 축제가 유명한 베네치아 등이 담겼다. 또 뉴욕과 보스턴 등 북아메리카, 아시아의 방콕과 자카르타, 한국의 서울과 평양, 수원 등까지 아울렀다.

18세기는 유럽에서는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동아시아는 정치적 안정 속에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시기다. 현대적 도시화가 시작된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의 면면은 크게 몇 가지로 나뉜다. 우선 '돈과 시장'이 키워드인 도시들이다. 18세기 유럽 경제를 이야기하려면 17세기 실물 없이 거래가 이루어졌던 '바람장사(windhandel)', 네덜란드의 '튤립 광기(tulipomania)'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와 예술이 융성하고 축제와 여흥도 발달했던 당시 영국 귀족들은 고대 스파 도시 바스의 펌프 룸에 모여 온천수를 마시고 사교계 활동을 했다. 바스에는 사교계의 주인으로 불리던 '보(Beau, 멋쟁이) 내시(Nash)'가 있었는데, 그는 1704년부터 약 반세기 동안 바스 사교계의 주인 격인 '마스터 오브 세레머니(Master of Ceremonies)'로 활약하면서 스스로를 '바스의 왕'이라 칭했다. 당시 서울은 소설에 푹 빠져 있기도 했다. 규방 처자들은 물론 임금과 비빈까지 소설에 재미를 붙여 책을 빌려주는 산업이 발달했다.
위로부터의 권력과 시민의 자유가 조화를 이루거나 상충됐던 도시들도 소개된다. 베르사유궁은 루이 14세는 자신이 어느 곳에나 있는 것처럼 모두가 행동하게 하는 장치로 궁정 예절과 의례를 고안했다. 베르사유 궁정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위계적인 관계를 체득함으로써 왕의 총애를 둘러싸고 경쟁하게 해 절대 왕정 권력을 완성해 나갔다.
마지막으로 도시에서 벌어진 활발한 교류를 언급한다. 18세기 베를린에서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신교도들과 유럽에서 모여든 유대인들 역시 프로이센 왕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었다. 장다르메마르크트 광장에서 대칭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돔 중 하나는 기존 베를린 시민인 루터파 신교도를 위한 교회, 다른 하나는 새로운 시민인 위그노파 시민을 위한 교회로 이방인에 대한 관대함을 상징한다. 현재 자카르타 북부에 해당하는 바타비아는 '열대의 네덜란드'로 불렸다. 바타비아는 17세기 이후 유럽의 아시아 무역을 주도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무역망의 중심지였다. 다양한 종족과 문화가 동인도회사의 선박을 통해 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18세기 바타비아에는 차별과 혼종성(hybridity)이 공존했다.
한국18세기학회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의 18세기를 다채롭고 참신한 시각으로 연구하는 인문학자들의 모임이다. 국제18세기학회의 한국지부로 1996년에 창립된 이래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활발한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시의 면면은 크게 몇 가지로 나뉜다. 우선 '돈과 시장'이 키워드인 도시들이다. 18세기 유럽 경제를 이야기하려면 17세기 실물 없이 거래가 이루어졌던 '바람장사(windhandel)', 네덜란드의 '튤립 광기(tulipomania)'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와 예술이 융성하고 축제와 여흥도 발달했던 당시 영국 귀족들은 고대 스파 도시 바스의 펌프 룸에 모여 온천수를 마시고 사교계 활동을 했다. 바스에는 사교계의 주인으로 불리던 '보(Beau, 멋쟁이) 내시(Nash)'가 있었는데, 그는 1704년부터 약 반세기 동안 바스 사교계의 주인 격인 '마스터 오브 세레머니(Master of Ceremonies)'로 활약하면서 스스로를 '바스의 왕'이라 칭했다. 당시 서울은 소설에 푹 빠져 있기도 했다. 규방 처자들은 물론 임금과 비빈까지 소설에 재미를 붙여 책을 빌려주는 산업이 발달했다.
위로부터의 권력과 시민의 자유가 조화를 이루거나 상충됐던 도시들도 소개된다. 베르사유궁은 루이 14세는 자신이 어느 곳에나 있는 것처럼 모두가 행동하게 하는 장치로 궁정 예절과 의례를 고안했다. 베르사유 궁정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위계적인 관계를 체득함으로써 왕의 총애를 둘러싸고 경쟁하게 해 절대 왕정 권력을 완성해 나갔다.
마지막으로 도시에서 벌어진 활발한 교류를 언급한다. 18세기 베를린에서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신교도들과 유럽에서 모여든 유대인들 역시 프로이센 왕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었다. 장다르메마르크트 광장에서 대칭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돔 중 하나는 기존 베를린 시민인 루터파 신교도를 위한 교회, 다른 하나는 새로운 시민인 위그노파 시민을 위한 교회로 이방인에 대한 관대함을 상징한다. 현재 자카르타 북부에 해당하는 바타비아는 '열대의 네덜란드'로 불렸다. 바타비아는 17세기 이후 유럽의 아시아 무역을 주도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무역망의 중심지였다. 다양한 종족과 문화가 동인도회사의 선박을 통해 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18세기 바타비아에는 차별과 혼종성(hybridity)이 공존했다.
한국18세기학회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의 18세기를 다채롭고 참신한 시각으로 연구하는 인문학자들의 모임이다. 국제18세기학회의 한국지부로 1996년에 창립된 이래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활발한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인문학자 25명이 각자 한 도시씩을 맡아 서술했다. 주경철, 안대회, 정병설 등 대중에도 친숙한 학자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나수호(찰스 라슈어) 교수는 고향인 뉴욕에 대한 장을 집필했으며, 일본 학자 소메야 도모유키와 다카하시 히로미는 각각 도쿄와 오사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임 한국 18세기학회 회장이자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정병설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나는 이 작은 책이 느긋하게 천천히 읽히기를 바란다. 단체여행객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이 명승 저 박물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게 서둘러 찍고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수천 년 역사의 옛 도시 구도심에 내려 호텔에 짐을 풀고 천천히 시내를 걸어다니다가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자세로 읽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임 한국 18세기학회 회장이자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정병설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나는 이 작은 책이 느긋하게 천천히 읽히기를 바란다. 단체여행객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이 명승 저 박물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게 서둘러 찍고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수천 년 역사의 옛 도시 구도심에 내려 호텔에 짐을 풀고 천천히 시내를 걸어다니다가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자세로 읽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