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1.07.05 13:39
보건복지부 용역보고서…음주 피해 경험은 98.4%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공원 내 음주 제한을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원에서 술 판매를 금지하는 것에도 73.1%가 찬성하는 등 공공장소 음주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손애리 교수는 보건복지부 용역을 받아 ‘공공장소 금주 구역 지정·운영 관리를 위한 지침서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5월 7~1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표본오차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3%가 ‘공원 음주 제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공원 술 판매 금지(73.1%), 술 판매 시간 규제(65.8%) 등도 높은 비율로 찬성 의견을 보였다.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음주로 피해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98.4%가 그렇다고 답했다. 술 취한 사람의 토사물로 불쾌감을 느낀 경험이 91.0%로 가장 많았고, 위협감(84.9%), 노숙 광경에 따른 불쾌감(84.7%), 악취(82.7%), 소음(82.2%) 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캐나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다수 국가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었다. 학교(세계 163개국 중 118개국), 의료기관(109개국), 직장(105개국), 정부기관(104개국), 대중교통(90개국), 스포츠시설 및 행사(84개국), 공원 및 거리(71개국) 등이 주요 규제 구역이었다.
주요 20개국(G20)도 대부분 학교, 정부기관, 공원 등에서 음주행위를 규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주구역이 전혀 없는 곳은 G20 중 우리나라와 남아공밖에 없다.
손애리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어디서나 술을 구매하는 것이 쉽고, 아무런 제약 없이 술을 마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최근 손정민씨 사건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만큼 관련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달 30일부터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되면서 지자체가 공공장소 음주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은 음주 폐해 예방과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자체가 조례로 일정한 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금주구역 내에서 음주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손 교수는 “지자체에서 조례안을 채택하고 운영하려면 공공장소 음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며 “많은 교육과 홍보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공장소나 의료시설 등 당위성과 국민 수용도가 높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하거나, 특정시간만 금지하는 등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