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

"지금 이순간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

조선일보
입력 2019.10.24 03:00

액티브 시니어 전성시대

오래 사는 한국인의 ‘로망’은 이제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이다. 100세까지 살 수도 있다는 우려(?)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19'에 따르면 1970년만 해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62.3세에 불과했다. 30년이 지난 2000년의 기대 수명은 76세였고, 2017년에는 기대 수명이 무려 82.7세로 늘어났다. 5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한 사람이 태어나서 앞으로 살아갈 것으로 생각되는 세월이 20년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현재의 5060세대는 이처럼 기대 수명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시기를 살아온 ‘급변의 세대’이다. 전례가 없었던 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단순한 노년층을 넘어, ‘액티브 시니어’를 로망으로 삼게 되었다. 이들은 일에 치여 사는 자식 세대와 달리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취미와 건강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나이가 들어도 더욱 여유롭고 활기 넘치는 모습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롤 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액티브 시니어 전성시대
Getty Images Bank
◇60대면 황혼기? 마원이 말하는 2019년판 '노익장'의 시대!

중국 후한(後漢) 시대의 명장인 마원(馬援)은 군주 광무제의 명을 맡아 남방 평정의 공을 세운 뒤, 육순의 나이에도 북방의 외적을 토벌하러 나서며 '노익장'의 대명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는 뜻의 '대장부위자 궁당익견 노당익장(大丈夫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이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여기서 '노익장'이라는 말이 유래됐다.

'노익장'은 최근에는 "나이 든 사람이 젊은이만큼 활약한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지만, 사실 마원의 원래 말은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노인이지만 의외로 건강하다"는 놀람의 시선을 거부하는, '늙을수록 더욱 건장한' 2019년의 '액티브 시니어'에게 딱 맞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트렌드의 사각지대에서 '핵심'으로!

'액티브 시니어'들은 젊은 시절보다 늘어난 시간을 더욱 유익하게 활용한다. 적극적인 취미 활동을 통해 생업과는 별개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거듭나는가 하면, 여행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러한 '액티브 시니어'들이 트렌드의 선두 주자이자 중요한 소비자 계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들을 담은 각종 서비스 및 건강한 5060 세대를 겨냥한 건강 생활 및 취미 활동의 장이 늘어나고 있다.

간편하게 TV로 따라할 수 있는 홈 트레이닝 콘텐츠,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급' 원데이 클래스(Oneday class) 등이 그런 것들이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것을 대중 앞에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것도 '스타 액티브 시니어'들이 나오는 이유가 됐다. 손꼽히는 유튜브 스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박막례 할머니, 50대 후반의 나이에 무명 생활을 벗고 히트곡 '백세인생'을 내놓은 가수 이애란 씨 등은 '액티브 시니어'들은 물론, '액티브 시니어'가 되고 싶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다.

액티브 시니어 전성시대
◇'액티브 시니어' 되기 위한 해법은?

'액티브 시니어'의 급부상 아래에는 당연히 그늘이 있다. '액티브 시니어'가 실버 세대의 대세를 이룬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노년층에서는 빈곤한 이들이 훨씬 많다. '액티브 시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건강과 경제력, 자기 계발에 매진할 수 있는 교육 수준이 꼭 필요하다.

교육을 많이 받았고 재력이 충분하지만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고, 몸이 상대적으로 건강해도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아 끊임없이 노동의 현장으로 몰릴 수도 있다. 또 어려움을 겪는 자식 세대들에게 도움을 주느라고 시니어가 되어서도 육아, 경제적 지원을 놓을 수 없는 5060세대들도 상당수이다.

건강, 경제력, 교육 수준이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완벽히 갖추기란 '명문대 입시'보다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트렌디한 드라마나 멋진 광고 속의, 화려하고 젊은이들보다도 여유가 넘쳐 보이는 '액티브 시니어'는 '워너비'일지는 몰라도 현실 속 대세는 아닌 상황이다.

액티브 시니어 전성시대
◇'유니콘' 같은 '액티브 시니어'로 가는 길은?

그렇다고 해서 '액티브 시니어'가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 같은 존재는 아니다. 누군가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 많이 배우지 못해서, 자식들이 제대로 독립하지 못해서 '액티브 시니어'가 될 수 없다고 좌절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고, 배우고 즐길 것들은 1초, 1분마다 계속 늘어난다. 이를 외면하고 "나는 안 된다"는 말만을 반복해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원이 말한 '노익장'의 원래 의미처럼, '액티브 시니어'는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건강하고 현명해지는 사람들이다. 60대의 나이에도 "나이가 들었다 해도 변방의 싸움터에서 죽을 뿐"이라며 '현역'임을 주장했던 마원처럼,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임을 잊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야말로 '액티브 시니어'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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